얼마 전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인권법 간담회에서 모 부장판사는 “의사·한의사도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의료법(무면허의료행위)은 국민의 치료수단 선택권을 빼앗고 생명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다”라고 비판했다.
위 부장판사는 예전부터 전통의술은 무당의 굿이나 샤머니즘과는 다른 것으로, 이미 우리 조상들은 전통의술을 받아들여 많은 병들을 다스려 왔으며, 전통의술을 양성화하고 교육시킨다면 국민건강을 좀 먹는 사이비 의술은 저절로 사라진다면서, 전통의술을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한바 있다.
그는, 의료법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의사가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가’와 ‘누구든 의사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나, 현대 의학이 전체 질병의 20%도 채 고치지 못한다는 의료계의 통계와 국내 의료극빈자가 IMF 이후 500만명을 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의료법의 부당성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 즈음 공교롭게도 무면허의료행위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져 시선을 끌었다.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결정이었다.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에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함께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징역뿐만 아니라 벌금까지 함께 처분되는 것이 너무 과하다며 위헌소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무면허의료행위는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고 그와 같은 위험이 현실화되는 빈도나 경중에 다소간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모든 무면허의료행위의 위험성을 평가해 그 불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구성요건을 일일이 세분해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부정의료업죄는 다수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으로 행위 불법 측면에서 보더라도 경제적 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해 위험을 야기하는 것으로 상해죄나 중상해죄보다 행위에 대한 불법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면허의료행위 처벌의 정당성을 일도양단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 무면허의료행위자를 과연 처벌하여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의료계와 법조계는 의료행위의 본질과 범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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