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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600여억 기부금 강요…물증은 없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9-09-30 12:00:16

가톨릭 229억, 연세 163억 등…공정위 "향후 재심사 진행"

공정거래위원회는 가톨릭의료원,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7개 대형병원들이 제약사 등에 순수성이 의심되는 기부금 600여억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간접적 대가성이 의심되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고 설명해 향후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한철수 소비자정책국장은 30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8개 대형병원에 대한 기부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거래위는 “7개 대형종합병원이 직접 또는 자신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학, 재단 등을 통해 제약사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요청, 수령한 행위에 대해 향후 재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는 7개 대형병원이 제약사 등에 강제해 총 600여억원의 기부금을 수령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가톨릭학원은 서울성모병원과 성의회관 신축 등을 위해 229억원을 수령했다.

또 연세대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연수원 부지매입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증축 경비 등의 명목으로 163억원을, 서울대병원은 병원연수원 부지매입 등을 위해 제약사 등으로부터 32억원을 받았다.

대우학원(아주대병원)은 의대 교육연구동 건립 등을 위해 2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고대의료원, 길병원 등 3개 대형병원들은 주로 학술연구 등을 위해 기부금을 받아왔다는 게 공정거래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문제가 되는 기부금이 없었다.

다만 이날 공정거래위가 밝힌 기부금 제공 강요행위가 리베이트 수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는 “리베이트와 기부금은 모두 대가성이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유사하지만 취득 규모, 대상, 방식, 효과 등에서 병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고 전제했다.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처방 약정금액의 일정비율을 의사나 의국에 현금으로 제공하거나 학회 참석 의사 개인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처방 확대라는 대가성이 직접적이지만 기부금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부금은 개별 진료과나 의사를 특정하지 않고 병원에 거액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병원과의 포괄적인 거래관계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대가성이 간접적이라는 게 공정거래위의 판단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가 향후 재심사 과정에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철수 소비자정책국장은 “병원들이 제약사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기부금을 강요했다는 입증자료를 찾긴 찾았지만 입증자료가 다소 부족해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심정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면서 “재조사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증거를 보강하려면 시간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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