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규제 기관의 체력 강화에 '쓴 약'이 됐다.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백신, 치료제 등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국산 항체 치료제 개발을 지원해 40일 이내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고 국내 개발 백신에 새로운 임상평가 방법을 제시하는 등 규제 리스크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은 25일 공식 출범한 제품화전략지원단(지원단)으로 이어졌다. 공공성이 높은 공중보건위기대응의약품 등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서비스 필요성에 규제 기관이 스스로 눈을 뜬 것. 공중보건위기대응의약품, 희귀의약품, 디지털치료제 및 AI 활용 진단 기기 등 신기술 신개념 의약품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신속한 제품화 지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뜻이다.
지원단은 의약품안전평가원장을 단장으로 ▲제품화지원팀 ▲혁신제품심사팀 ▲임상심사팀으로 구성되며 총 90명의 대규모 전문인력으로 운영한다. 서경원 의약품평가원장을 만나 제도 추진 배경 및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제품화전략지원단이 공식 출범했다. 지원단 추진 배경 및 업무 내용 등이 궁금하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우리 모두 제약 주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실감했다. 또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식약처의 적극적인 제품화 지원이 필수요소임을 업계와 식약처 모두 인식하게 됐다. 이에 제품화전략지원단은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신개념·신기술 의약품의 개발 단계별 규제서비스를 제공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출범하게 됐다.
지원단은 제품화지원팀, 혁신제품심사팀, 임상심사팀 총 3팀으로 공무원 35명과 심사원 55명으로 총 90명의 전문인력으로 운영하며 공중보건위기대응의약품, 희귀의약품, 신기술신개념 의약품, 혁신의료기기, 신기능성 식품 원료와 제품화를 위한 범부처 R&D 등이 지원대상이다. 개발단계부터 비임상, 임상 그리고 신속한 심사에 이르기 까지 전 단계의 연계를 강화해 실질적인 규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에 업무를 하던 인원들을 지원단으로 묶어서 활동하는 것인지?
기존 사전상담, 신속심사, 임상심사를 담당하는 인원과 함께 전문임기제 공무원 10명을 새로 충원해 운영할 계획이며 현재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이 진행 중에 있다. 제품화 전략지원단은 현재 평가원 심사인력 운영현황을 고려해 채용예정인 임기제 공무원 10명과 함께 사전상담과와 신속심사과 그리고 비임상, 임상TF의 인력을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 지원단이 출범하면 평가원 내 기존 사전상담과, 운영지원과, 신속심사과 등의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원단 운영 시 기대 효과는?
지원단 운영에 대해 별도로 사전수요조사를 하지는 않았으나,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초기 개발단계부터 밀착지원에 대한 업계 호응도가 매우 높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지원단은 조직내 사전상담, 비임상, 임상, 심사의 기능을 두고 개발 단계별 연계를 강화하도록 설계했으며 지원단의 서비스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신속한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체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 및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궁금하다.
공중보건위기대응의약품, 희귀의약품, 신기술·신개념 의약품 등은 일반적인 의약품과 의료환경, 시험대상 규모, 평가방법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개발전략이나 비임상·임상시험 설계를 기존의 방법으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약처는 개발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평가기준이 필요할 경우 선제적으로 평가기술이나 심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제품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의약품의 경우 임상부터 제품화 과정까지 얼마나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나?
정확한 수치로 제시하기 어렵지만, 제품화기간과 비용은 상당히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치료제인 셀트리온 렉키로나주의 경우 식약처의 밀착지원을 통해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이 개발 시작부터 조건부 허가까지 11개월만(2020년 3월~2021년 2월)에 이뤄졌으며, 롤링리뷰 등을 통해 평균 280일 걸리는 신약 심사기간도 40일 만에 완료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진행한 의약품, 의료기기 심사 건수와 제품화 과정이 필요한 제품 규모는?
작년에 식약처가 심사한 의료제품 건수는 총 2만 1727건이었고, 이중 의약품 등 심사는 84%, 1만 8243건(의약외품, 화장품 포함), 의료기기 심사는 16%, 3484건이다. 의약외품, 화장품 심사 7893건 제외한 의약품 심사건수 1만 350건이다. 다만 식약처에서 심사하고 있는 품목뿐만 아니라 아직 식약처에 제출되지 않았으나 업체나 연구소 등에서 개발 중인 제품들도 있으므로 제품화 지원이 필요한 품목의 규모를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기존에 운영하던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 '고(Go)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고(Go) 신속프로그램'은 2020년 4월부터 운영한 맞춤형 제품화지원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백신·치료제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개발단계에서의 연구와 기술 지원을 하고 허가심사단계에서는 전문 심사자로 부터 밀착 컨설팅을 받고 신속하게 심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품화전략지원단은 코로나19백신·치료제뿐만 아니라 포함한 공중보건위기대응의약품, 희귀의약품, 신기술·신개념 의약품, 혁신의료기기, 신기능성 식품 원료와 제품화를 위한 범부처 R&D 등 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지원하며, 비임상, 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상세 컨설팅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제품화전략지원단 출범과 관련해 해외 규제기관의 모델을 참고한 것이 있는지?
해외 모델을 참고하기 보다는 국내 코로나 19 치료제·백신을 포함해 그 동안 지원 경험을 토대로 우리 규제 환경에 맞는 제품화 지원 모델을 설계했다. 즉 한 조직 내에 개발단계 상담, 임상시험설계지원, 신속심사를 담당하는 팀을 두어 기능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제품 개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규제과학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원단의 태동과 연관돼 있는지?
규제과학은 신기술신개념 제품의 규제의사 결정에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분야다. 규제과학이 발전할 때 혁신기술이 적용된 바이오헬스 제품과 허가·심사에 필요한 규제와의 간극이나 갈등이 감소하고 안전한 혁신제품이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식약처는 규제과학의 발전을 위해 지난해 규제과학발전전략을 수립하고 규제과학 법적 기반 마련, 인력양성, 민간분야 규제과학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과학 발전과 함께 규제기관의 역량 강화도 중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규제기관의 신뢰도와 역량은 국민안전 및 자국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규제기관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때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된 의료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서 국내개발 의료제품을 스스로 검토, 허가하고 필수의료제품도 자급화 할 수 있다. 아울러 WHO가 국제입찰 참여하는 제품 평가 시 해당 제품을 소관하는 국가의 규제기관 역량을 중요 요소로 평가하는 등 규제기관의 역량은 국가가 수출하는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규제기관의 역량은 단순히 그 기관의 역량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으며 국가 바이오헬스산업을 발전시키는데도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향후 계획 및 포부는?
지원단은 시장진입단계의 규제자가 아니라 제품 개발의 동반자로서 제품개발의 전략을 업계와 함께 고민하고 규제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완화하며 공중보건위기대응 의약품, 신기술·신개념 제품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늘 시작하는 제품화전략지원단이 국민안전과 산업발전에 보탬이 되는 규제서비스를 제공해 산업계, 연구소 등과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성공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임시조직으로 출발하지만 과학기술진보에 맞춰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정규조직으로 발전해 국가 보건안전 및 산업발전의 튼튼한 인프라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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