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고가 치료제가 지난 한 해 건강보험 급여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고공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들이 건강보험 급여확대에 공들여왔던 이유를 증명한 셈.
올 한 해도 건강보험 급여 확대 문턱을 넘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고민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키트루다‧옵디보 고공성장 현실화
22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급여확대에 따른 효과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키트루다는 2019년 10월부터 추진해왔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급여 확대를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감행하면서 지난해 3월 성공한 바 있다.
급여 확대 과정에서 기존 약가(283만 3278원/주)보다 25.6% 인하된 210만 7642원으로 조정했지만 결국 급여확대를 계기로 치료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키트루다는 2391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연도(2001억원)와 비교했을 때 19%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를 분기별로 살펴보면, 급여 확대가 결정된 3월 이후인 2분기부터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1분기 401억원이었던 키트루다의 매출은 4분기 780억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허가 적응증 21개에 더해 추가로 방광암 2차 치료제 등 추가 급여 확대에 성공함에 따라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더 가팔라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위선암, 식도선암 등의 1차 치료제로 급여확대를 성공한 옵디보(니볼루맙)도 마찬가지다.
직전연도(850억원) 대비 29% 성장한 1099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임상현장의 활용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옵디보의 경우 위암 분야 치료에서의 활용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여가 확대됐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처방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며 "비급여이지만 실손 의료보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열홍 교수는 "실손 의료보험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적으로 환자 대상으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이 때문에 처방액이 증가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내 제약사 품목으로는 HK이노엔 케이캡(테고프라잔)과 한미약품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이 매출 상위 품목에 이름을 올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로수젯은 2015년 말 출시 이후 고혈압‧고지혈증 시장 복합제 시장을 주도한 데 이어 지난해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해내며 처방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지질‧동맥경학회 등 주요 학회들도 로수젯 연구를 주목하며 진료지침에 해당 사실을 반영하는 한편, 경쟁 제약사들도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영업‧마케팅을 벌일 정도다.
급여 확대 중심에 선 타그리소‧듀피젠트
이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형 품목이 급여 확대를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타그리소와 듀피젠트(두필루맙)다.
우선 듀피젠트의 경우 소아청소년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적응증 확보를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문턱을 넘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급여확대 추진에 따른 약가협상을 진행 중인데 협상 기한 내 합의를 거둔다면 5월 급여확대가 가능하다.
현실화만 된다면 듀피젠트 처방지도 확대에 따른 매출 급성장이 예상된다. 직전연도(772억원)와 비교해 35% 성장해 1040억원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추가성장 여지가 존재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듀피젠트의 경우 약가협상을 막 시작한 시점"이라며 "60일 간의 약가협상 기한을 고려했을 때 협상은 4월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번번이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3세대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티로신키나제억제제) 계열 치료제 타그리소다. 앞서 2021년 말 아스트라제네카는 FLAURA China 데이터를 근거로 급여 확대를 재추진했지만, 암질심 위원들이 제기했던 아시아인 효과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급여 확대에 실패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심평원에 폐암 1차 치료제 급여확대를 재신청한 상태다.
더욱이 타그리소가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약인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도 급여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급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의 질의에 따른 서면 답변을 통해 조만간 타그리소의 급여확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측은 "타그리소의 경우 1차 치료제 급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가 높으며, 지난해 10월 제약사에서 건강보험 급여 범위 확대를 재신청해 심평원에서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뒤 이어 복지부는 "그간 위원회 심의 결과, 임상적 유용성(전체 생존기간 개선 등)이 명확히 확인 수 없는 점, 고가 약제로 급여 확대에 따른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료를 보완 요청한 바 있다"며 "제약사에서 보완자료를 제출했으며, 이를 토대로 조만간 암질심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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