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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성능보다 신뢰가 먼저다

발행날짜: 2025-02-24 05:30:00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 전성시대다. 불과 수년전 사람에게 바둑을 이긴 것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되고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말 그대로 '범용' 인공지능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공지능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기술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의료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진단 보조에서 시작된 의료 인공지능은 이제 치료와 예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속속 스며들고 있다.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숙련되지 않은 의사에게는 진단부터 치료법까지 인공지능이 통솔한다. 또한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와 동선을 제시해 병원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한다.

여기 더해 이제는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유전자 데이터를 통해 약물이 그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까지 예측한다. 의학을 넘어 약학과 유전학까지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년전 의료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제 온데간데 없다. 병원에서는 효율적 자원 운영을 위해 인공지능이 필요하고 의사 또한 워크플로우 개선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도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물결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부분도 분명하다. 기술이 발전하고 의사가 써보고 병원이 이를 도입하는 과정속에서 의료의 근본인 환자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는 대표적인 불균형 거래 중 하나다. 전문의가 제시하는 솔루션을 무시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의사는 선의의 의무를 지고 환자는 믿고 몸을 맡긴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

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제시한 의료 인공지능을 거부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만큼 설명을 하기에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너무 바쁘다.

그렇기에 환자는 그 인공지능이 자신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는채 깨알같은 글씨가 써진 동의서에 사인을 한다. 그것이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지, 병원에 도움이 되는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는 잘 알지 못한다.

그나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필터링을 하는 기관이 있지만 의료 인공지능은 대부분이 비급여다.

게다가 아직 급여 여부는 고사하고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기술들도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1년 뒤에 없어질 기술에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환자 조사를 보면 의료 인공지능이 제대로, 책임감 있게 활용되고 있냐는 질문에 65.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의사가 이에 대한 피해로부터 본인을 보호할 것 같냐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의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의료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모르겠고 의사가 이를 잘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뢰'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국내에서만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의료 인공지능이 쏟아지고 신의료기술 유예제도라는 트랙을 통해 쉴새없이 의료기관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모든 기업이 최고의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수신자 조작 특성 곡선도, 곡선하면적도 알지 못한다. 이를 임상에 내보내준 정부를 믿고 내 몸을 맡긴 의사를 믿을 뿐이다.

그렇기에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도, 이를 검증하는 정부도, 이를 활용하는 의사도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오해를 불러오고 이는 곧 불신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와도 환자 대부분이 이를 불신하는 순간 생명력을 다한다. 기술도 좋고 성능도 좋지만 신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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