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리급여·병행진료금지를 필두로 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이로 인한 환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실과 대한의사협회는 국회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조명했다.
한양의대 정형외과 이봉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정부 정책은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할 수밖에 없어 결국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실손보험 가입자의 지출은 미가입자보다 4배 정도 많은 실정이다. 결국 정부는 의료 접근성과 의료비 지출이 비례한다고 판단해, 의료 개혁으로 이용 자체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는 것.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재의 정부 정책은 필연적으로 환자 불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중 도수·체외충격파치료 등 다빈도 비급여 항목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을 90~95%로 상향하는 관리급여의 경우,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체외충격파는 석회성 건염 등에 임상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고 좋은 치료라는 논문도 있는 등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 관련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음에도, 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장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관리급여에 포함되는 경증 질환들은 굉장히 빈도가 높아 대부분 국민의 자기부담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이를 지정하는 남용의 기준은 굉장히 모호하다. 환자의 편의성과 남용의 차이는 백지장 차이일 뿐이다. 어느 수준이 남용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행진료금지 역시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다른 날 받도록 해 환자의 시간적 어려움을 야기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 역시 환자의 편의성이나 접근성을 저해하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렇게 절약한 재정을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의료비를 낮추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도가 충족될 지에도 물음표를 찍었다.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된 의사들이 다른 치료를 찾아가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결국 환자들의 접근성·편의성만 공연히 훼손되고, 병원 이용이 줄면서 보험사들만 이익을 챙기는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경증·중증 분류체계의 불완전성도 문제로 꼽았다. 지금의 분류체계는 상급종합병원 평가를 위해 이들 기관에서 시행률이 높은 질환을 선정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환자의 전신 상태의 중증 여부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이로 인해 외상·골절·발달장애·치매 등 심각한 질환도 대부분 경증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만성질환 등으로 건강 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받으면 이는 중증이 아니다. 대퇴골 골절 같은 심각한 상황도 경증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환자는 이렇게 급격한 외상이나 질환에 대해 보장받으려고 실손보험을 들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보장률을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다음 없다는 비판이다. 이렇게 정책에 내포된 여러 기준이 모호한데다가, 환자의 접근성·편의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음에도 정부는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선행하지 않았다는 것.
의료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사용량이 높은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료기관·보험사·정부 등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 ▲국민건강보험법·의료법 개정 ▲비급여 관리체계 구축 및 실손보험 제도 개선 ▲의료비 청구·심사 과정 투명성 제고 등 다각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환자 부담이 굉장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증·경증 분류 고도화가 선행해 환자 중심적인 제도로 다시 설계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며 "지금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오로지 환자들이 돈을 더 내고 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보험사는 지나친 의료 사용을 조장하는 약관을 절제할 필요가 있고, 의사들도 적정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도 일방적인 정책 진행보단 국민을 위한 준비성을 보여줄 때"라며 "모두가 국민 건강권 유지 및 건강보험 지속을 위해 같이 합의하고 노력할 것을 건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의료계·환자는 물론, 법조계 역시 정부 정책의 의도가 의료비 통제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대기업 보험사의 입장만 충실히 대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는 "관리급여나 병행진료금지 선정 기준이 불명확해 정책에 동의하기 어렵다. 의학적 판단과 필요성에 의해 시행되는 진료를 환자 부담을 높여 틀어막는 것이 합당한 대처인지 의문"이라며 "통증치료 등은 의학적으로 병행진료되는 부분이 많다. 이를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보험사 이익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 측에선 이미 비급여 가격은 시장경제원칙을 상실했다는 반박이 나온다. 환자는 진료에 본인의 돈이 나가지 않으니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결국 의료기관의 판단대로 비용이 결정되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현 비급여 진료 행태를 보면, 비슷한 항목을 보정 했음에도 가격이 20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이런 가격 차이가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보험금 지급 증가로 국민의 주머니를 구멍 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비급여를 건강보험 안으로 끌어와 국민이 느끼기에 적정한 가격을 만들자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는 것.
이렇게 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개혁이 보험사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인정해야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 전현욱 보험상품제도팀장은 "비급여가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지만, 비급여 시장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돈을 내지 않으니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보험료만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된다. 국가 차원에서 시장가격 기능을 복원하고 보장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우경 필수의료총괄과장은 "관리급여로 의료계와 환자에게 부담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느끼기에 적정한 가격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병행진료도 이를 전부 금지하려는 게 아니다. 일부 비급여 중에서 미용성형 목적인데 실손보험 돈을 쉽게 받기 위해 급여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것이 있다. 이런 항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