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구급대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사만 의정 갈등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구급대원들도 응급의료 체계 개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응급의료 실태를 조명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 임산부가 2시간 넘게 산부인과를 찾다가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한 일을 조명했다.
'임신 주 수가 확인돼야 진료할 수 있다'는 병원들의 거절이 계속되면서, 이 임산부는 신고 접수 2시간 13분 후 인근 대학병원 앞에서 대기하다 구급차에서 분만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이런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종전 대비 30%가량 늘어났다는 것.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종수 서울소방지부장은 제대로 된 병원 전 단계 치료를 위한 이송 체계 확립을 촉구했다. ▲정부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구급대원 등이 함께 모여 지금의 시스템과 법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다.
김 지부장은 의료 사태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급대원은 직접 병원에 전화를 걸며 응급 환자를 받아줄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이 모자라 구급상황관리센터 직원들까지 전화를 돌리며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만 하는 현실이라는 것.
다만 그는 이런 상황이 전공의 사직 때문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전부터 구급대원들은 병원에 먼저 전화를 전화해 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이라는 작은 사명감이 있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의료 대란 상황에서도 묵묵히 국민을 위해 일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 구급대원들도 많이 지쳤고 사기는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사명감마저도 이제는 안간힘을 쓰며 찾아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의 몫은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갔다. 병원에 이송하지 못해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제대로 병원에 이송되지 못해서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상황도 있었다"며 "시스템은 엉망이 됐고 모두 자기 탓은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119구급대원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응급의료 체계를 정비하고, 국민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현숙 부위원장님은 연대 발언을 통해 2022~2023년 119 구급대가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가 총 9141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1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길바닥에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우려다.
가장 먼저 응급환자를 만나는 인력인 구급대원의 목소리를 반영해 ▲응급의료 체계 개선 ▲현장 처치 ▲병원 수용률 ▲소방력 배치의 기준 변경 등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또 박 부위원장은 소방청 주장과 달리,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전문의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무의미한 의대 증원 방안을 내놓은 것이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발표한 일방적인 의료 정책은, 필수 과목을 의사들이 사라지는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단순히 그 숫자만 늘리는 것뿐이라는 비판이다. 더욱이 이 정책이 곧바로 의료 대란으로 이어져 국민과 많은 의료인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줬다는 것.
그는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돼도 의사가 부족해 바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급대원은 적절한 치료와 진료를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몇 시간씩 길거리에서 전화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환자의 가족은 병원을 찾아 헤매는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환자, 가족, 구급대원, 의사 모두 불행하게 만들어 버린 이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의사 간 의정 갈등이 해결된다고 응급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의료 대란 해결은 소방의 구급대원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을 지켜내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 이상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의사 증원 방안을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윤 의원은 이런 상황임에서도 의사단체들은 대한민국에 의사가 부족하지 않고, 의료 선진국인 대한민국에 의료 개혁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더 이상 의료 선진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의원은 "이런 왜곡된 현실 인식에서 벗어나야 대한민국의 의료 개혁, 응급의료 체계의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응급의료는 국민의 생명이 직결되는 필수적인 의료 영역이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의료 대란으로 인해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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