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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데이터로 다른 해석…BMI 맹신의 함정"

발행날짜: 2025-03-20 05:30:00

[학회라운지] 대한비만학회 한경도 빅데이터위원회 이사
"BMI 한계·장점 명확…25 기준 만성질환 위험 예측 적절"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정책 결정자에 따른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될 수 있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봤지만 판단은 달랐다. 최근 의학계에서 체질량지수(BMI) 상 비만 진단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오가고 있는 것. 같은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했지만, 분석 값에 대한 해석은 상이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현재 비만 기준인 BMI 25 구간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다는 점을 근거로 비만 기준을 27로 완화하자고 했지만, 비만학회는 이를 일축했다.

왜 이런 '해석 편차'가 발생한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어떤 방식의 해석이 현상을 보다 적절히 반영하고 현실 대응에 유용할까. 최근 500만명의 공단 데이터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대한비만학회 한경도 빅데이터위원회 이사에게 위기의 BMI 지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BMI 지표 태생적 한계 많아…맹신 말아야"

BMI는 19세기 통계학자 아돌프 케틀레에 의해 처음 개념화됐고, 20세기 중반 미국 보험업계에서 건강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됐다. 이후 1972년 안셀 키스가 BMI를 체지방 측정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제안하면서 널리 보급됐다.

한경도 이사는 "BMI의 장점은 측정이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비만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 결과와의 연관성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근육량, 체지방 분포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비만학회 한경도 빅데이터위원회 이사

그는 "특히 BMI는 신장에 대해 체중을 이차함수로 나누기 때문에 키가 작은 사람에서는 지표값이 과대 평가되고, 키가 큰 사람에선 과소 평가될 수 있다"며 "BMI는 신체를 단순한 2차원 비율로 측정하기 때문에 신체 부위별 지방 분포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 체지방률(BFP), 허리-엉덩이 비율(WHR), 허리둘레(WC) 대체 지표가 연구되고 있고 WHO는 인종 및 연령별 BMI의 차이를 고려해 기준값을 조정해왔으며, 미국 CDC 역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강조하며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BMI 지표값은 고정된 금과옥조가 아니라는 것. 우리나라 또한 연령과 성별에 따라 BMI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 이사는 "노인의 경우 체지방 비율이 중요하며, 성장기 소아·청소년에서는 BMI가 급격히 변화할 수 있어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BMI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허리둘레와 키의 비율(WHTR), 체지방률 기반 비만지수(BRI) 등을 제안되고 있는데 해당 척도는 당뇨병 및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이 BMI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BMI에 따른 비만 기준은 나라 별로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고, 중국은 28 이상으로 설정해 차이를 보인다. 중국이 28 이상을 비만으로 설정한 이유는 대사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구간 값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질병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임계점을 반영했기 때문. 해석의 가중치에 따라 비만 구간 설정은 가변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500만명 10년간 추적 연구로 본 최적 BMI 컷오프 값은?

비만의 정의를 단순 BMI 값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과도한 체지방 축적과 관련 질환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이사는 최근 임상적 중재, 개입이 필요한 최적의 BMI 값(Cut-off) 산출을 위해 건강보험공단 500만명의 데이터를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한 이사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BMI와 건강 지표간의 관계를 분석했다"며 "BMI 구간별로 질병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평가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 ROC 곡선이 변하기 때문에 최적 컷오프 값을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 위험에 대한 컷오프는 BMI 21, 23이, 대사질환 및 심혈관 질환은 23, 25이 나왔다"며 "비만학회 팩트시트 상 20~30대의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의 증가 그래프가 가파르기 때문에 관리 및 예방 차원에서 학회가 제시한 과체중 23, 비만 25 기준은 합리적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이 2017년 10%에서 2021년 19%로 급증했다"며 "비만의 예방 차원에서 본다고 하면 잠재적인 위험군인 젊은 성인, 소아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지, BMI 진단 기준에 이런 고민을 어떻게 녹여낼 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BMI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지표 도입과 활용에 대한 연구에도 팔을 걷었다.

한경도 이사는 "BMI 24 컷오프 값을 적용했을 때 당뇨병 발생에 대한 예측도(AUC)는 66.5%(0.665)에 불과하고, 21을 기준으로 사망 발생 예측도는 54.5%에 그쳐 사실상 동전던지기 수준"이라며 "반면 WHtR, BRI는 당뇨병 예측이 약 72%에 달해 정확도가 더 높다"고 밝혔다.

그는 "BMI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 보니 안 좋은 지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젊은 인구의 25 컷오프 값에서 상당히 좋은 당뇨병 예측 성능을 보이고 다른 지표와 섞으면 AUC 값을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비만 기준은 단순히 사망률만으로는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만 유병률의 증가, 관심의 환기와 예방, 관리 측면 모두를 반영하는 지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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