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세계 최대 의료 소모품 기업으로 꼽히는 메드라인 인더스트리즈가 연이은 악재로 사실상 업무 중단 상황에 빠지면서 전 세계적인 공급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첨단 의료기기 등 대체가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 주사기와 신경외과용 패티 등 필수 의료기기에서 품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혈관 조영 주사기와 신경외과용 패티, 스펀지, 스트립 제품을 공급 부족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FDA는 일단 미국 내 모든 의료기관에 이에 대한 재고 파악을 요청했으며 사용량을 조정하고 우선순위를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시기는 일단 올해 말까지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메드라인 인더스트리즈(Medline Industries)의 대규모 미콜 사태가 있다.
메드라인은 지난 3월 신경외과용 패티 제품에서 예상보다 높은 엔도톡신(endotoxin) 수치가 확인됐다고 보고한 뒤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또한 4월에는 혈관조영 시술에서 조영제를 주입하는 주사기의 매니폴드 연결 부위 불량으로 또 다시 품질 이슈에 휘말리며 리콜을 시작했다.
신경외과용 패티와 스펀지, 스트립은 뇌수술과 척추수술, 미세수술에서 사용하는 멸균 흡수재로 수술 중 혈액이나 체액을 흡수하는 동시에 뇌와 신경 조직처럼 손상에 민감한 구조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거즈와 달리 이 제품들은 미세 섬유 탈락을 최소화하고, 좁은 수술 공간에서 조직을 가볍게 덮거나 밀어내는 용도로 사용된다. 제품에 따라 방사선 불투과 표지자나 실이 포함돼 수술 후 체내 잔류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신경외과용 패티는 단순 소모품이지만 임상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뇌종양 절제, 동맥류 수술, 뇌혈관 우회술, 척추 미세수술 등에서는 수술 시야 확보와 조직 보호가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일개 기업의 리콜을 넘어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 것은 바로 제품군의 공급 구조 때문이다.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기 때문이다.
신경외과용 패티는 사용량이 엄청나게 많은 범용 소모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품질 기준과 멸균·엔도톡신 관리가 중요한 특수 제품이다.
공급업체가 제한적이고 병원마다 선호 규격과 키트 구성이 정해져 있어 특정 업체 제품이 빠지면 즉시 대체하기 어렵다.
여기에 과거 코드만(Codman) 수술용 패티와 스트립 제품에서도 엔도톡신 가능성에 따른 리콜이 있었으며 메드라인 키트에도 이 라인업이 포함되면서 공급망 불안이 누적돼 왔다.
캐나다 보건당국과 FDA 리콜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인테그라 라이프사이언스(Integra LifeSciences)가 생산한 코드만 수술용 패티·스트립의 엔도톡신 가능성 문제가 확인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리콜에서 핵심은 엔도톡신이다. 엔도톡신은 세균 세포벽 성분에서 유래하는 독성 물질로, 제품이 멸균 상태라 하더라도 일정 기준 이상 존재하면 인체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외과 수술은 민감한 신경 조직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이런 품질 이슈가 더 중요하다. FDA는 메드라인 제품에서 기준을 벗어난 엔도톡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사용 시 발열, 염증, 저혈압, 오심 등 건강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신경외과 수술에 필요한 고품질 멸균 소모품을 안정적으로 제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내 공급 부족을 넘어 국내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신경외과용 패티와 스트립은 국내에서도 뇌수술과 척추수술, 미세수술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국내 병원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병원별·공급사별로 다르지만, 글로벌 제조사와 수입 유통망에 의존하는 제품군이 적지 않다.
문제는 미국에서 부족이 발생하면 글로벌 배분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업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체 제품을 대량 확보하기 시작하면 다른 국가로 공급되는 물량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FDA의 명령에 따라 제한 배정에 들어가거나 신규 고객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위기를 예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결국 미국내 공급 대란이 전 세계 의료 소모품 유통 시장에 도미노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A기업 임원은 "코로나 대유행 시절 우리나라 소모품과 전 세계 백신 수요를 다 빨아들인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라는 시장이 움직이면 전 세계가 영향권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내 의료기관과 정부도 사전 대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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