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정부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인증 종류를 하나로 통합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간 복잡한 심사 절차로 인해 외면받았던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여 참여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단순한 절차 간소화를 넘어, 인증 유지를 위한 비용과 인력을 보전해 줄 실질적인 수가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제도 안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EMR 인증제는 의료기관이 표준화된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유도해 왔으나, 현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체 의료기관 중 EMR 사용인증을 획득한 곳은 단 11%인 4057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온도 차가 극명하다. 상급종합병원은 47개소 모두(100%) 인증을 획득하며 제도에 안착한 반면, 종합병원은 52%, 의원급은 1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병원급으로 전체 1380개소 중 단 50개소(4%)만이 인증을 받아 사실상 제도가 형해화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처럼 참여율이 저조한 배경으로는 복잡한 중복 심사 절차와 더불어 '직접적인 인센티브 부족'이 일관되게 꼽혀왔다.
대형병원에는 의료질평가 가점 등을 통해 참여 유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병·의원급은 인증을 획득해도 실질적인 혜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7일 고시 개정을 통해 그간 참여율 저조의 주범으로 지적된 '사용인증'을 폐지하고 제품인증과 일원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제품과 사용인증으로 나뉘어 중복됐던 심사 기준을 하나로 묶어 현장의 행정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는 취지다.

일선 병·의원들은 이 같은 행정 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행정적 편의가 곧바로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그동안은 업체에서 제품인증을 받았어도 병원이 별도로 사용인증을 또 받아야 해서 행정 인력이 부족한 개원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절차가 일원화된다면 이전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서류 작업이 줄어도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보안 체계를 유지하는 데는 결국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며 "인증을 받아도 진료비에 보탬이 되는 수가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시간과 예산을 들여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EMR 인증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형병원 위주의 의료질평가 가점을 넘어선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주어지는 가점은 대형병원 지원금과 연계되어 있어, 개원가나 중소병원에는 사실상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의료 데이터 표준화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단순히 절차를 줄여주는 생색내기에서 벗어나, 디지털 관리 수가나 데이터 상호운용성 가산 등 직접적인 보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보다 인력난이 극심한 지방 의료 현장은 데이터 전담 인력은커녕 당장 환자를 돌볼 손조차 부족해 EMR 도입과 관리가 서울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가 지필공 대전환을 외치기 전에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의료의 기초 인프라 격차부터 메울 수 있는 전향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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