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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관리급여 등장에 의료계 혼란 예고

급여와 비급여 사이 '관리급여'…정의와 쟁점은?

발행날짜: 2025-01-31 05:30:00

서남규 비급여관리실장 "관리급여 기준 제시할 것"
의료계 "비급여, 정부가 손댈수록 부작용 양산 " 우려

정부가 비급여를 제한하기 위해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준비한다고 발표한 이후, 의료계의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발표한 정책과 큰 차이점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개념이 모호하고 명확한 기준 등이 없어 자칫하면 필요한 의료행위까지 불필요한 의료행위로 간주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비급여 제한을 위해 새롭게 제시한 '관리급여'가 이전 정부들이 추진한 선별급여, 예비급여 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료계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 "도수치료 등 관리급여 편입…수가·진료기준 등 의학적 기준 만든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도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비급여를 제한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7년 공약으로 내걸었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선별급여를 도입했다.

급여로 하기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한 의료행위, 치료재료 등을 조건부로 급여하는 제도로, 기존 급여와 비급여 체계 중간에 '선별급여'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한 셈.

선별급여는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예비급여'라는 단어로 의미가 확대됐다.

윤석열 정부가 비급여 관리를 위해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항목 중 '진료비-진료량-가격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포함하고, 본인부담을 90~95%까지 높여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문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예비급여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다. 제도권 밖에 있는 안전성·유효성이 불충분한 치료재료나 의료행위를 급여권 안에서 관리한다는 목표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취지는 선별급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환자 본인부담률이 30~90%로 다양화했고, 대상 질환 범위도 넓어졌다. 선별급여는 4대 중증질환 중심으로 본인부담률도 50%와 80%뿐이었다.

예비급여는 또다시 정권이 바뀌면서 '선별급여'로 돌아갔다.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예비급여평가부, 예비급여부도 없어졌다.

선별급여 대상으로 선정된 항목은 급여의 적합성을 주기적(3~5년)으로 평가해 급여 여부, 본인부담률, 급여기준 조정 등을 한다.

이에 더해 윤 정부는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지난 9일 개최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통해 처음으로 내용이 공개됐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항목 중 '진료비-진료량-가격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포함하고, 본인부담을 90~95%까지 높여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도수치료다. 도수치료를 10만원의 관리급여로 포함시키면 실손보험 가입자 기준 환자부담금이 기존 1~3만원 수준에서 9만~9만5000원까지 상승된다.

정부는 이후 치료에 따라 필요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 본인부담을 낮춰 정식 급여화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남규 비급여관리실장은 관리급여가 선별·예비급여 등과 기능은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의미상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남규 실장은 "선별급여는 4대 중증질환에 한해 본인부담을 높인 후 안전성 등이 부족해도 조건부로 급여 여부를 판단하는 의미가 강하다면, 관리급여는 이름 그대로 비급여인 항목을 관리로 들여와 가격이나 수가, 진료기준 등을 만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현재 비급여로 운영되는 도수치료는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어떤 질환이나 증세에 몇 번 정도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기준이 없다. 급여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면 의학적 기준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비급여 과잉팽창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며 "비급여와 급여의 구분이 애매한 영역이 많고 비급여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치료를 구분해 급여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토론회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이견이 있다"며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등 의견을 토대로 계속해서 수정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관리급여 신설 계획과 관련해 정부가 개입할수록 다른 영역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 "관리급여 신설 및 혼합진료 금지 등 의료계 소통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관리급여' 신설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비급여 항목은 정부의 건강보험재정이 전혀 투입되지 않아 그야말로 '시장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영역인데, 필수의료 의료진 유입을 명목으로 비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의료의 사적 자율성을 무시할 뿐 아니라 의료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비급여는 오히려 그냥 둘 때 가장 부작용이 덜하다"며 "정부가 개입해 손을 데면 오히려 환자 부담을 늘고 다른 영역에서의 비급여 증가 현상이 나타나는 등 예기치 못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 오히려 의료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급여 관리를 위해 지난 정부에서 시도한 선별급여, 예비급여 등과도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는 사실상 비급여 통제라는 명목 아래 의사 수입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간신히 운영을 이어가던 개원가에 큰 타격만 준 채 끝날 우려가 크다. 이전 정책 실패 원인부터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소통을 이어가지 않는 정부의 모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혼합진료 금지 등 이번 실손보험개혁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내용들이 발표될 때부터 의료계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실손보험사만 이익을 보는 정책이라 비판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원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리급여 신설과 혼합진료 금지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다양한 의료행위를 여러 방면에서 따져보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계와 반드시 논의 후 결정돼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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