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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없는데 전문의 중심병원 추진

전공의 공백 메우기 집중하는 정부…돌아올 자리 있나?

발행날짜: 2025-03-10 05:30:00

의대증원 백지화 선언…"조건 내세우는 정부, 전공의 반감 커져"
전공의 없는 대학병원 운영 안정화…전공의 역할 재정립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년 의대증원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젊은의사들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공의 대다수가 의료현장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정부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 마련에 집중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및 간호법 제정이 대표적인 예시.

위기를 기회 삼아 대학병원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춰보겠다는 것.

전공의 복귀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다시 돌아와도 이들의 역할 및 업무가 과거와 차이를 보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의대증원 철회, 골든타임 지났다…전공의 무관심"

교육부는 7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해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증원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이 3월 복귀를 선택한다면 2026학년도 의대정원은 증원 이전인 3058명이지만, 복귀를 거부한다면 기존 계획대로 2000명 증원해 5058명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장기간 갈등 속에 결국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2년째 본업으로 복귀하지 않자, 결국 정부가 먼저 백기투항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해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증원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한 모습이다. 정책적 이유로 1년을 허비한 전공의들에게 의대증원 철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당근이기 때문.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인 것은 맞지만 사실상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며 "의정갈등 초반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려는 전공의들이 많았지만 지난 1년 동안 병원 밖으로 나가 지내면서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봉직의 등으로 재취업해 이미 자리 잡은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이미 1500명을 증원했으니 내년에는 증원분을 상쇄해 정원을 줄여야 한다거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복귀 요구사항이 있다"며 "사실 어떤 조건을 내세워야 전공의들이 복귀할지 잘 모르겠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의대생이 3월 내 복귀하지 않으면 의대증원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조건부' 제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발표에도 의대생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늘 이러한 방식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해 반감을 키워왔다"며 "의대증원은 인구수와 의사 배출 규모 등을 따져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학생 복귀 시점에 따라 의대정원을 2000명씩 늘리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젊은의사들이 정부에 입은 상처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섣불렀던 의대증원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 전공의 대체하는 PA간호사, 1년새 7000여명 증가

수차례 당근과 채찍을 내밀었음에도 전공의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정부 또한 지난 1년 동안 전공의 없이 의료현장을 유지하면서 여러 정책적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 보고 나선 것은 전공의 역할이 가장 컸던 상급종합병원.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급종병의 인력구조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전문인력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전공의 비중을 기존 40%에서 20%까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가 떠나고 병동폐쇄 및 신환거부 등 자구책으로 운영을 이어가던 상급종합병원들은 현재 47곳 모두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병원 현장 전문가들은 큰 변화를 맞은 병원 체계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 입을 모았다.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병원 외과 교수 A씨는 "이미 대학병원들은 지난 1년 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으며 전공의 없이 병원을 운영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며 "여전히 교수들이 당직에 동원되는 등 업무부담이 크지만 입원전담전문의, PA간호사 등 인력이 보충되면서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또한 초반에는 전공의 부재로 감축된 진료비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가를 지원하면서 예년 수준으로 만회했다"며 "현 사태가 몇 년 정도 더 유지되면 병원은 전공의 없는 운영에 빠르게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전공의가 돌아와도 역할은 재정립될 것"이라며 "경증환자가 줄고 PA 간호사 등이 대폭 유입된만큼 과거처럼 진료에 내몰리기보다는 수련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 의대증원으로 한 해에 수련받는 전공의가 2배 이상 증가한다면 별도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6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간호법 역시 전공의 업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가장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인력이 일명 진료지원간호사(PA)이기 때문.

복지부는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PA 업무를 허용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다. 시범사업 시행 초기였던 지난해 2월 말 1만~1만1000명으로 추산됐던 진료지원간호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7103명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이들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 시행 규칙을 조만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진료지원간호사가 시행 가능한 50여개의 진료행위가 리스트에 오를 전망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행위 목록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3월 중순 해당 내용을 담아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전공의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상급종병 구조전환과 간호법은 전공의 없이도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포함돼 있다"며 "의료정책을 시행할 때 번번이 전공의들의 반대에 부딪히니 이들의 힘을 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PA인력이 당장의 전공의 업무는 대신할 수 있을지라도 전공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전공의 배출이 끊기면 이는 곧 전문의 역시 씨가 마른다는 뜻이다. 간호사를 키워 전문의로 육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전공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병원을 운영한다 해도 결국 이들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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