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급여비 거짓·부당청구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현지조사. 매년 국정감사 단골소재다.
국회의원들은 심평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앞다퉈 보도자료를 낸다.
대표적인 주제가 현지조사 부당청구 적발률이 80% 가까이 되기 때문에 현지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조사율이 1%대에 불과해 대상 기관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강압적인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모두 자료에만 의존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오해'이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병의원 80%가 부당청구? "아니다"
의원들은 심평원이 제출하는 최근 몇 년간 병의원 현지조사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의원 10곳 중 7~8곳이 거짓 부당청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 복지부가 요양기관 684곳을 현지조사한 결과 76%에 달하는 520곳이 부당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만 보면 우리나라 병의원들은 거짓말을 일삼는 심각한 부도덕 집단이다.
그러나 여기서 현지조사 대상은 '거짓·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이라는 전제가 달린다.
전체 의료기관의 80%가 아니라 허위, 부당청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요양기관을 공단의 현지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추려진 기관 중 일부인 것이다.
2010년 개정된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 따르면 현지조사는 크게 정기조사, 기획조사, 긴급조사, 이행실태조사로 나눠진다.
정기조사 대상기관 선정은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이라는 대전제 아래 ▲자율시정통보 미시정 기관 ▲데이터마이닝 분석결과 부당예측점수가 높은 기관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다발생 기관 ▲건보공단이 수진자 조회 등으로 조사의뢰한 기관 ▲심평원이 적정성평가, 건강보험재정 지킴이신고 등을 통해 조사의뢰한 기관 ▲감사원 등 대외기관에서 조사의뢰한 기관 ▲민원 제보기관 등이다.
이같은 선정 기준에 따라 실제 현지조사를 받는 기관은 전체 8만 3000여개 중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의료계 관계자는 "거짓, 부당청구가 많은 것처럼 단순히 수치만 크게 부풀리는 것은 의료계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국민과 의료계 사이를 벌려 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평원 관계자도 "현지조사의 궁극적 목적은 경찰효과를 통해 요양기관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것"이라며 대상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현지확인vs현지조사 차이는?
종종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 '현지확인'과 '현지조사'의 용어정의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 기관 심사 담당자들이 직접 각종 진료기록 및 장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차이점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현지조사는 거짓 부당청구 의심 요양기관을 현장에서 최종 조사, 확인하는 작업이다. 보건복지부 명령으로 심평원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지확인은 쉽게 말해 조사의 전단계다. 거짓, 부당청구 의심 기관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각 지사에서 거짓,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을 색출해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는 식이다.
현지확인 후 현지조사가 결정되고, 부정행위가 입증되면 행정처분이 뒤따르게 된다.
행정처분은 업무정지와 거짓·부당청구 금액 환수 등이 있다. 수위에 따라 과징금(최대 5배), 면허정지, 형사고발, 위반사실 대국민 공표 등이 내려진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지조사 및 확인 외에도 심평원 본원에서 나가는 의료자원확인, 방문심사 등이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혼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했다.
이어 "특히 현지조사는 장관 명의로 나가는 만큼 심적 압박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이라며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자체적으로도 직원 청렴교육, 실수로 인한 부당청구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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