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가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잊을 만하면 새로운 일들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집행부와 비대위가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잠잠하던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킨 건 30일 급작스레 공개한 의협 집행부의 내달 시범사업 확정 발표 때문.
집행부는 회원 민심을 수렴해 의정 합의사항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애써 논란을 수습하는 모양새지만 비대위는 대정부 투쟁과 협상의 권한은 자신들에게 있다며 사업 추진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불붙은 시범사업 정당성 논란
30일 의료계의 반발 목소리를 인식한 듯 시범사업 관련 의-정 협상을 이끌었던 최재욱 상근부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에 대한 의혹을 풀이했다.
최 부회장은 "의정 협의에 따라 5월까지 시범사업 하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면서 "이번에 발표한 것은 환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합의한 큰 틀만 밝힌 것이고 각 직역 단체와 협의 거쳐서 세부안을 구체화 하면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시범사업에서 정부에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은 바로 환자의 안전과 임상적 유효성이다"면서 "환자 유출에 대한 정보 유출은 굉장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치밀한 검증 과정을 거쳐 문제를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앞서 예고한 시범사업 추진의 큰 틀만 밝힌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게 집행부의 판단. 각 직역, 단체와 협의를 거쳐서 세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회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 무조건적인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일동이 '원격진료 시범사업 원천 반대'라는 문구 대신 '원격진료를 반대한다'라는 결의문을 채택한 이상 시범사업 진행의 정당성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대위는 의협 집행부가 협상과 투쟁에 대한 전권을 부여 받은 비상대책위윈회를 배제한 채 복지부와 협상을 진행한 후 시범사업 진행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벼르고 있다.
원격진료를 반대한다면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에는 참여하겠다는 논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 저지책 총 동원령…반모임이 분수령
6월 초 전국 규모 반 모임을 개최해 2차 의정협의 내용의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예고했던 비대위는 이번 집행부의 기습 발표에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30일 비대위 정성일 대변인은 "전국 각 지역 시도의사회와 각 직역 등 의료계의 모든 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시범사업 불참을 호소하겠다"면서 "의료계의 참여없이는 시범사업 강행도 벽에 부딪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문에 이어 반 모임을 통한 여론 조성 작업에도 나선다.
정 대변인은 "전국 규모의 반 모임을 통해 시범사업에 반대 여론을 조성하겠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회원 설문도 진행해 집행부를 압박할 결과물을 얻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과 이틀 전에 집행부는 성명을 내 반 모임 개최와 의-정 합의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반대했다"면서 "그런데도 오늘(30일)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공개하면서 비대위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른 회원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말을 바꾸니 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비판을 이어갔다.
비대위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 2차 의정협의 내용에 대한 회원 설문을 중순께부터 시작해 그 결과를 집행부에 전달한다는 계획.
대의원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는 시도의사회 임원 뿐 아니라 전국의사총연합과 의원협회도 반대 기류를 형성하고 있어 집행부가 향후 의료계를 어떻게 설득할지에 시범사업 명운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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