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통상임금 몸살 앓는 병원계|
내년도 연봉을 결정하는 임금단체협상, 일명 임단협을 앞두고 대학병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린 통상임금이 문제다.
상여금과 성과급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모두 통상적인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세금과 보험료는 물론, 퇴직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부담 어쩌나…대학병원들 고민 산적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면허 수당과 근속수당, 성과급, 상여금을 모두 통상적인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새롭게 정의된 통상임금 기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통상임금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제 수당들은 모두 임금으로 포함되게 된다.
대학병원들이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것은 바로 통상임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세금과 보험료, 퇴직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급을 낮게 책정하고 상여금과 성과급 비율을 높여 연봉 계약을 맺어왔다.
가령 기본급은 200만원으로 책정한 뒤 상여금 1000%, 성과급 최소 500%를 약정해 세전 연봉을 5400만원으로 맞추는 식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임금 체계에서는 병원에서 기본급 200만원에 맞춰 세금을 내고 퇴직금을 책정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통상 임금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면서 이제는 이러한 방식을 고수할 경우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새롭게 규정된 통상임금의 정의에 맞추면 5400만원 모두 임금에 해당돼 수당과 퇴직금 산정시 기본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같은 5400만원의 연봉을 계약하더라도 수당과 퇴직금 부담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는 만큼 총 예산에 맞춰 연봉 재조정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재조정이 반가울리 없다. 그동안 받아오던 급여가 사실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것도 같은 이유다. 지금까지의 통상 임금을 인정받고 임금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일선 병의원도 같은 고민…Net 계약이 발목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비단 대학병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일선 병의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 병의원에서는 의사들의 연봉을 Net 개념으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Gross, 즉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한 연봉을 계약한 뒤 이 중 4대 보험과 근로소득세 등을 공제한 금액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병의원은 세금을 모두 의료기관에서 부담한 뒤 계약 금액을 무조건 12분의 1로 나눠 지급하는 Net 계약을 맺어왔다. 대신 수당과 퇴직금을 모두 포함한 형태다.
Net 계약은 의사들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고용주 입장에서는 퇴직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문제없이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통상 임금의 정의가 바뀌면서 이제 이러한 Net 계약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Net 계약 자체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임금 계약이 아닌 편법의 형태라는 점에서 만약 소송이 진행되면 백전 백패가 불가피하다.
최근 Net 계약을 맺었던 봉직의들이 퇴직금 소송을 제기하면 대부분 이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따라서 고용주, 즉 원장들은 이제라도 Net 계약을 버리고 통상적인 Gross방식으로 연봉을 재계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가령 과거 연봉 1억원을 받는 봉직의의 경우 Net 계약에 의거해 이를 12개월로 나눈 830여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Gross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의사가 받는 월급은 세금과 보험료를 제외하고 630여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병원에서는 같은 연봉을 책정했지만 의사들이 받는 월급은 200만원여가 차이가 나면서 갈등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 전문 노무법인 관계자는 "통상 임금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인해 의료기관마다 상당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고용주와 고용인이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해석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과도기이니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일정 부분 서로가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칫 각자의 입장에 강조하다 잘못된 계약을 맺을 경우 더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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