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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환자에겐 무용지물 된 메르스 대상 조회 시스템

발행날짜: 2015-06-26 05:36:20

"주민번호 못 외우는데…" 고령환자들 방역 관리 비상

"주민번호를 말하라고? 그걸 어떻게 외우고 다녀. 난 몰라. 그냥 김아무개야. 조회할려면 하고 말라면 말아."

25일 병원계에 따르면 고령의 환자가 다수인 지방 중소병원들이 최근 바뀐 메르스 대상 조회 시스템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6월초 도입된 조회 시스템은 환자의 주민번호 앞자리만 입력하면 조회가 가능했다. 일부 동명이인이 함께 조회됐지만 일부에 불과해 어렵지 않게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19일부터 주민번호 13자리를 모두 입력해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부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노인 환자가 대거 포진해있는 지방 중소병원 사이에선 "자칫 메르스 대상자 조회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섞인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장은 "최근 조회시스템이 바뀌면서 일부 노인환자에 대해 메르스 대상 여부를 조회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령일수록 치사율이 높은데 더욱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6일 메르스 대상자 조회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해당 환자의 메르스 접촉여부와 격리유형(시설격리, 자가격리, 격리해제, 능동감시), 노출의료기관, 최종접촉일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메르스 전파를 차단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제는 최근 출입국 등 일부 정부부처에서 동명이인 조회를 우려해 주민번호 13자리를 모두 입력하도록 바꾼 것.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선 환자군에 따라 시스템 자체가 무용지물 될 위기다.

이에 따라 병원협회는 의료기관은 예외적으로 기존 조회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답변이 없는 상태다.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은 "지방 중소병원의 문제제기가 있어 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의료기관은 주민번호 앞자리만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출입국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선 이해하지만 의료기관 또한 예외적 상황이 존재한다"며 "국가적 비상 상황인 만큼 유연성 제도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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