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옵션으로는 가장 저렴한 당뇨약 '메트포르민'이 눈도장을 찍었다. 추가 전략으로는 티아졸리디네디온(TZD), 설포닐우레아(SU)에 비해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가 2차 옵션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제2형 당뇨병에서 메트포르민의 쓰임새를 강조하고 메트포르민과 2차 경구옵션의 궁합을 매긴 미국내과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이하 ACP) 진료지침이 올해 1월 발표된 데 따른다.
지난 2012년 이후 첫 업데이트를 마친 해당 진료지침은, 경구용 치료제만을 따로 뽑아 옥석을 가렸다.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의 주사제는 배제했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은 1차 약으로 사용 범위가 늘었고 추가 전략으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계열 약을 추천했다. SU와 TZD 역시 2차 옵션으로 유효했지만 비교적 선호도는 낮았다.
ACP 가이드라인 개정위원회는 "경구용 당뇨약은 지난 2012년 이후 4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다양한 2차 옵션을 두고 학계 찬반 의견이 갈리는데, 이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2008년 이후 당뇨약들에 심혈관 안전성 데이터 제출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당화혈색소(A1c)와 체중, 혈압에 미치는 영향 분석은 물론 저혈당, 심부전, 위장관계 이상반응 등을 적극 반영했다는 얘기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미국의 당뇨병학회는 고전적으로 두번 째 당뇨약을 선택하는데 있어 우선권을 두지 않는다"면서 "약마다 가진 다양한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 적절히 처방하라는 것인데, 대한당뇨병학회도 향후 진료지침 개정을 두고 이런 부분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근거중심의학을 원칙으로 한다. 국내에서 메트포르민에 이어 2차 약제로 어떤 약물이 더 좋겠다는 추천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약제간 우월성을 권고하기 위해서는 약물 직접비교 임상 근거가 충분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국내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ACP 임상진료지침은 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 1월 3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경구 옵션의 혜택을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비교 분석한 결과에 미국가정의학과의사협회(AAFP)가 지지의 입장을 내놨다.
1차약 메트포르민 명실상부 "중등도 만성 콩판병에 사용 금기 풀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의 최전선에 섰다.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명실상부 1차 옵션의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강력한 권고수준의 배경엔, 무엇보다 다른 당뇨약보다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이외에도 비구아나이드 계열 메트포르민에는 기본적인 혈당 강하효과와 체중 유지 및 감소작용, 낮은 저혈당 발생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저렴한 국민 당뇨약의 사용 폭이 넓어진 데는 작년 4월, 규제당국의 메트포르민 라벨 변경 결정도 주효했다. 신장기능이 나빠진 당뇨병 환자에서 젖산산증(lactic acidosis)에 대한 우려를 털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에서 메트포르민을 복용해도 젖산산증의 위험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임상적 근거를 토대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사구체여과율(eGFR)이 분당 30~60mL에 해당하는 '중등도' 만성 콩팥질환 환자에까지 메트포르민의 사용 제한을 느슨하게 풀었다.
다만 사구체여과율이 30mL 미만인 '중증 만성 콩팥질환'의 경우는, 여전히 메트포르민의 투약을 주의해야 한다.
개정위원회는 "ACP 가이드라인 외에 다양한 학회 진료지침에서도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권고하는데, 젖산산증 문제는 늘상 따라다녔다"면서 "하지만 장기간 관찰 임상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이후, 중등도 콩팥질환 환자에 사용이 확대되면서 메트포르민의 접근성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엔 메트포르민의 혜택을 강조한 최신 연구 결과들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메트포르민의 사용이 금기라고 여겨졌던 만성 콩팥질환을 비롯해 간부전 장애, 울혈성 심부전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의 이점을 따져봤다는 대목이다.
현재 메트포르민의 투약 금기 대상은 조직관류가 저하되거나 혈역학적 불안정성을 보인 이들, 진행성 간질환, 급성 불안전성 울혈성 심부전 환자들에서다.
경구약 2타선 SGLT2 및 DPP-4 억제제 선호, "우열가리기 보다 처방경험 우선"
메트포르민보다 다소 약한 근거수준을 받은 경구 옵션은 4개였다.
설포닐우레아(SU), TZD,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가 2차 옵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메트포르민에 추가하는 '애드온(add-on)' 전략으로 궁합이 매겨진 것이다.
ACP는 가이드라인에서 "메트포르민에 추가 전략으로서 2차 경구약물들의 효과와 이상반응, 비용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설폰요소제 즉, SU의 경우 저렴한 비용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저혈당 발생 부담과 체중 증가는 단점으로 지적됐다.
개정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엔 SU에서 TZD나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로 스위칭했을 때의 임상적 근거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교체투여가 일어난 해당 환자에선 혈당조절 능력이나 문제가 되는 이상반응의 발생은 없었다"고 서술했다.
엠파글리플로진(품명 자디앙), 다파글리플로진(품명 포시가), 카나글리플로진(품명 인보카나) 등이 속한 신규 SGLT-2 억제제의 사용은 SU보다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메트포르민에 애드온 전략으로 이들 SGLT-2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심혈관질환(CVD) 사망률이나 당화혈색소의 수치 변화, 체중, 수축기혈압, 심박수 등에 혜택이 앞선다는 의견이다.
실제 많이 처방되는 DPP-4 억제제와의 비교에서도 메트포르민에 SGLT-2 억제제를 추가한 경우 체중과 수출기혈압 개선에선 이점이 많았다는 판단이다.
개정위는 "SGLT-2 억제제는 2차 옵션으로 선호되는 분위기인데, 심혈관 사망률이나 체중감소, 수축기혈압 강하효과에 이점이 있다는 평가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강점은 향후 SGLT-2 억제제의 처방을 더욱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SGLT2 억제제는 성기 진균감염증(genital mycotic infections)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데 발목이 잡혔다.
이외 DPP-4 억제제도 메트포르민과의 궁합에선 장점이 많았다. 장기간 사용시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률, CVD 이환율에 있어 SU보다 혜택이 앞섰고, 더욱이 SU와 TZD에 비해 체중 증가 문제가 적었던 것.
또 단기간 CVD 이환율을 두고는 TZD 계열 당뇨약 중 피오글리타존보다 DPP-4 억제제에 이점이 부각됐다.
개정위는 해당 2차 옵션의 선택을 놓고 사설을 달았다. 특히 심혈관 혜택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두고서다.
이들 두 약제를 선택하는 일은 '비용 문제'와 '환자별 혜택',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란 예상이다.
"메트포르민 병용전략에 SGLT-2 억제제나 DPP-4 억제제를 고르는 일은,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면서 "두 약물의 선택은 지극히 의료진 개인적인, 처방 경험을 근거로 한 선택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제2형 당뇨병 진료지침의 업데이트 시기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최근 학회 임원 워크숍을 통해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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