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국수) 주최로 25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의료사고 감정 관련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감정제도가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이날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오삼세 교수는 "중재원 비상근 조정위원이나 감정서대로 하면 대한민국 모든 의사는 감옥가야 한다. 제가 그동안 한 심장수술 4천 건 감정을 받았다면 모두 유죄라고 100%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삼세 교수는 "감정제도가 따지는 것은 공정성과 정확성이다. 이는 시간과 돈의 문제다"라고 지적하고 "좋은 감정서는 읽었을 때 발로 뛰었나, 책(의학서적)을 찾아봤느냐에 달려있다"며 개인 판단에 치우친 감정제도를 꼬집었다.
앞선 주제발표에서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대표변호사(내과 전문의)는 "중재원 감정부는 의료인 2명과 법조인 2명, 소비자단체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감정 고유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다른 기관에서 의뢰하는 수탁감정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반드시 의사가 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임 감정위원인 서울고등검찰청 김영태 부장검사는 "중재원에서 2년 동안 감정위원 업무를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하고 "비의료인 감정부 참여는 객관성 제고 차원이다. 다만, 전문 감정위원 확보와 교육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우성 이인제 대표 변호사(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는 중재원 감정서 역할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인제 변호사 "최고 의사라도 의료사고 임상경과 기재는 불가능 요구"
이인제 변호사는 "중재원이 왜 감정서를 작성해야 하나,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중재원을 만들었다. 과거 시민단체의 의료사고 입증책임 주장이 중재원 감정서의 출발점"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의료소송 경험을 전하면서 "모 대학병원 신경외과 수술기록지를 요청했는데 추가 기재와 수정이 돼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인간의 불안정성이다. 최고의 의사라도 수술방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임상경과를 기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인제 변호사는 "중재원이 개원 5주년을 맞은 상태에서 아직도 걸음마 단계의 감정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 있다"면서 "법관은 판결문으로, 검사는 공소장으로, 변호사는 준비서면으로 말하는 것처럼 중재원은 감정서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성숙한 중재원 역할을 주문했다.
시민단체 C&I 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의료분쟁이 환자와 의사에서 환자와 의료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진료기록부 위변조 현장조사 지침 마련…감정위원 추가 확보"
조윤미 대표는 "과거 의료분쟁은 단순했으나 최근 들어 의사에서 간호인력, 환자 회송체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환자와 의사를 넘어서 시스템과 소비자가 만나고 있다. 의료 전반의 시스템 부실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감정부 등 중재원의 대대적 개선을 약속했다.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중재원 감정업무인 공정성과 전문성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전제하고 "국회에서 지적한 진료기록부 위변조 관련 현장조사를 위한 내부지침을 제정했고, 비상임 감정위원 100명 추가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감정위원 확보를 위해서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협조가 필요하다. 감정위원 수당과 조사비용을 현실화하는 방안 등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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