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선택진료비 폐지 거센 후폭풍
올해부터 선택진료비가 사실상 완전 폐지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에 외래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택진료비를 포함해 3대 비급여 손질로 빗장이 풀리면서 의료계의 우려대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조속히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병원 외래환자 최고치 "선택진료 폐지 영향"
A대학병원 병원장은 6일 "일 평균 3000명 선이던 외래환자가 올해 들어 3200~3300명으로 늘어났다"며 "사실상 설립 이래 최대 수치로 외래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마도 선택진료비 폐지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분석하고 있다"며 "그나마 유지되던 빗장이 풀렸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외래와 입원 환자가 포화 상태에 이른 빅5병원들 외에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환자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10% 이상까지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 특히 신규 환자수 증가가 눈에 띈다는 점에서 3대 비급여 손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B대학병원 병원장은 "적어도 1분기까지는 상황을 보며 분석해야 겠지만 분명 현재 상황에서 신규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신규 환자수만 보면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시니어 교수군에 환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선택진료비 폐지가 영향을 주지 않았는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과거 선택진료비, 즉 특진비 부담에 일반 교수를 선택하던 환자들도 이제는 시니어 교수에게 진료를 보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딜레마 놓인 대학병원 "상급병원 평가 영향줄라"
이처럼 급격하게 외래 환자수가 늘어나면서 대학병원들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다.
신규 환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경증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혹여 중증도 유지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는 것.
더욱이 특정 교수군에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는데다 응급실 과밀화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B대병원 원장은 "경영진으로서 환자가 느는 것은 반길만 하지만 문제는 눈에 띄게 경증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협력 병의원으로 송출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혹여 경증질환자들이 늘면서 내부에서도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응급실 과밀화에 대해서도 규제가 많은 상황인데 이 또한 고민이 많은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포함한 대학병원 쏠림 현상 해결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학병원 진입을 그나마 막아주던 빗장이 일제히 풀렸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전이 전무한 이유다.
A대병원 원장은 "실손보험 증가와 선택진료비 폐지 등이 맞물려 사실상 대학병원의 게이트(진입로)가 무방비로 뚫려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병원의 입장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상급종합병원에 외래 환자가 포화 상태까지 이르러서야 3차 병원의 역할을 수행할래야 할 수가 없다"며 "댐이 터지기 전에 이러한 환자들이 흘러갈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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