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을 기치로 내건 최대집호가 출항도 하기 전에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직능, 직역단체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며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
여기에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이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최대집 당선인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최대집 당선인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8일 전체 회의를 갖고 4월 말로 잠정 예정된 의료계 집단 투쟁의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최 당선인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천명하며 22일과 27일, 29일 중 하루를 택해 전국 의사들이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
현재 22일은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으며 27일은 10년만에 진행되는 남북대화 당일이라는 점에서 투쟁 시기는 29일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른 행사가 겹쳐서 진행한다면 주목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혹여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쟁은 지난 12월과 마찬가지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당선인은 총파업 등의 강경 투쟁도 언급했지만 이는 상당한 준비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 상황에서 진행하기는 시간이 촉박한 이유다.
따라서 과거 대한문 앞에서 3만명의 의사들이 참여하며 의정협의를 이끌어 냈던 동력을 거울 삼아 이번에도 총 궐기대회를 통해 세를 보여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최 당선인과 비대위의 행보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 직능, 직역 단체들의 이합집산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기치로 내건 최 당선인이 의정협의를 공식 중단하고 강경 노선을 선언하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유례없는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며 반 의사 정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환자단체연합은 "의협이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반대를 명분으로 국민을 위하고 환자를 위한다고 하고 있지만 의협이 위한다고 하는 국민과 환자는 의협의 집단 행동과 진료 중단 위협으로 불안한 상태"라며 "차라리 병의원과 의사 수입이 이전보다 줄어들까 걱정돼 집단행동을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라"라고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즉 병의원 종사자들과 전국사회보장기관 노동조합연대도 성명서를 통해 최대집 당선인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묵묵히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량한 의사와 국민을 이간질 하려는 그 어떤 음모도 간과하지 않겠다"며 "혹독한 국민적 심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환자와 시민단체 등의 호응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의협의 상황이 타 직능단체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의협의 반목이 이들에게는 또 다른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한의사협회나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문재인 케어에 호응하며 의협의 강경 노선을 비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협에 돌아갈 당근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 의협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한다면서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는 의협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며 "당장 국민을 볼모로 하는 인질극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는 외면하고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의협의 행태를 모든 보건의료인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의 2만 5천 한의사들은 문재인 케어에서 한의계가 더욱 많은 역할을 수행해 국민건강증진에 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투쟁을 집단 이기주의로 몰면서 그 역할을 한의계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문재인 케어와 맞물려 들어가는 급여화 이슈를 한의계로 끌어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대한병원협회도 마찬가지다. 의협이 의병정협의체 해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지만 병협은 복지부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사 총 궐기대회를 통해 마련한 의정협의체가 복지부와 병협의 협상 테이블로 넘어가 버린 셈이다. 의협에 대한 패싱 우려도 이러한 부분에서 나온다.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판은 다 깔아놓고 옆에 구경꾼에게 판돈과 패를 다 넘겨준 꼴이 아니냐"며 "판을 엎고자 한다면 아무도 그 판에 끼어들 수 없도록 하던지 아니면 보이콧을 하더라도 그 판에 앉아있었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등에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명분과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상복부 초음파 급여를 받는 진료과목들 입장에서는 관행수가보다 더 높아진 수가를 거절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 자본 논리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B전문과목의사회장은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큰 틀의 목표에 대해서는 백번 공감하지만 당장 떨어진 수가에 회원들이 만족하는데 어떻게 이를 거부할 명분을 세우겠느냐"며 "근시안적이라고, 복지부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이라고 해도 당장 당근에 흔들리는 것이 자본 논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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