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과목 전문의가 아니라면 미처 파악할 수 없는 이유로 환자가 사망했다면 비전문의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일반 의료진의 능력으로는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그 의사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최근 병원에 두차례 내원했지만 결국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위자료 지급을 주문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1년 2월 두통과 오심, 구토를 호소하던 망인이 병원 응급실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혈액검사 등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활력징후와 맥박 등이 모두 정상 수치를 기록하자 의료진은 구토 치료제인 멕소롱을 투여했고 증세가 호전돼 귀가했다.
하지만 그날 새벽 같은 증상으로 망인은 응급실에 재차 내원했고 의료진은 멕소롱을 추가 토여한 뒤 산소를 공급했지만 불과 1시간만에 의사 표현조차 못한 채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의료진은 집중 관찰을 실시했다.
이후 응급실 당직의사는 망인의 혼수 상태를 보고 받고 뇌 CT를 진행한 뒤 중환자실로 이동시켜 혈액검사를 시행했지만 CT 검사로도 망인에 대한 이상 소견을 발견되지 않았고 결국 망인은 대산성산증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그 유가족들이 두번에 걸친 내원에도 원인을 잡아내지 못해 망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진료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과실과 망인의 사망에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망인이 두번째 병원에 내원한 후 1시간만에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는데도 간호사가 의사에게 상태를 보고하지도 않은 것은 불성실한 치료로 봐야 한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해당 전문과목 전문의가 아니라면 진단이 어려운 질병을 일반 의사가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
대법원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망인의 사망 원인은 대산성산증, 뇌사 등 악성신경이완증후군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환자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견해가 있었다"며 "또한 즉시 동맥혈가스분석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보면 망인이 두번째로 내원한 이후 혼수상태에 이를 때까지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지체했다 하더라도 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병원의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즉,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가 진단할 수 있는 질환도 아니었을 뿐더러 일부 검사와 치료에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이 또한 불성실하다고 볼 만큼의 시간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하지만 원심에서는 의사의 불성실한 진료를 문제 삼아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이는 의료사고의 과실과 손해배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한 잘못이 있는 만큼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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