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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관리 방안 빠진 전자담배 규제 과연 맞을까

원종혁
발행날짜: 2019-11-07 05:45:50

의약학술팀 원종혁 기자

결국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판매 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인원에서 급성 폐질환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고, 진원지가 된 미국에 이어 국내에까지 의증 환자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짚어볼 문제는, 판매 중단 조치가 이번 이슈의 최종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인원들에 선제적으로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여전히 국내 환자 관리대책에는 미온적인 태도가 역력하다.

실제 최근 미국 질병예방관리본부(CDC)와 FDA가 공개한 보고서들에서도 이러한 점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이번 사망 사례에서 논란 물질로 언급된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이하 THC)' 외에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다양한 성분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대마 성분이 법적으로 금지된 국내의 경우 THC 함입에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 가운데 급성 폐질환 이상 증세를 경험한 이들의 32%가 니코틴 함유 여부에 상관없이 THC가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존재한다는 대목이다.

그런데, 여전히 국내에서는 THC 전자 대마 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을 비롯한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등이 기준치보다 아래로 검출됐다며 자체 테스트 결과 안전성 데이터를 내밀기도 한다.

액상 오일의 THC 외에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 니코틴 등 다양한 물질이 혼입된 상황에서, FDA가 시판 중인 전체 700여 개 제품을 수거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전수조사를 천명한 것과는 분위기부터가 사뭇 다른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시 강력한 중대 범죄로 간주하는 동시에 노출된 환자의 사후 관리방안 메뉴얼도 이미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 안전성 재평가와 투트랙으로, CDC는 보건 전문가용 임상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제정해 병의원 관리 전략에도 만전을 기하는 입장을 취했다.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한 호흡기 질환 증상을 'EVALI'라는 새로운 의학용어로 명명하는 한편, 환자 문진시 호흡기 및 위장관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의 경우 전자담배 사용여부를 반드시 확인해볼 것을 강조한 것이다.

EVALI 증상을 보인 환자의 첫 대면평가부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사례, 퇴원 이후 48시간 이내 증상 악화 등 사례별로 세부관리 기준을 제시해 이번 문제를 대하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줬다. 추가적인 피해 예방과 노출된 환자에서의 관리방안까지 함께 고민에 넣은 셈이었다.

전자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폐손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아직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발표 그대로 "중간 조사 결과 일부 사례가 비슷하게 나타나고 전자담배 제품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확실한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단되면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분석치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세금 인상을 검토한다는 말까지 조심스레 돌고 있다.

안전성 문제가 지적된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가 궐련 담배로 그대로 옮겨가는 화를 자초하기 보다, 피해가 예상되는 환자에서 다양한 원인을 열어두고 실질적 관리 방안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할 때이지 않을까. 규제만을 위한 규제에는 실효성보다 잡음이 많은 법이다.

"모든 담배 관련 제품은 안전성을 보인 게 없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일관된 기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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