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를 제외한 보건복지부 올해 의료정책에서 의료기관 초미의 관심은 상급종합병원 및 재활의료기관 지정 기준이다.
이중 전국 대형병원의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은 '경증환자 종별 가산률 및 의료질 평가지원금 제외'라는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과 맞물려 강도 높은 결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의 항의와 민원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복지부는 당초 4주기(2021년~2023년) 지정기준 절대평가로 중증입원환자 비율 30%, 상대평가 30~44%에서, 설명회 이전(2018년 1월~2019년 9월, 21개월) 진료 분은 중증입원환자 21%, 상대평가 21~35%로 변경했다.
경증외래환자 평가도 절대평가 11%이하에서 설명회 이전 진료분 기존과 동일한 17% 이하, 설명회 이후(2019년 10월~2020년 6월)만 11% 유지로 조정했다.
복지부는 특히 응급실로 유입되는 경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제외시켰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형병원 환자쏠림 차단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라는 정책 목표가 재지정 위험수위에 있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압박과 로비에 의해 뒷걸음질 친 셈이다.
종합병원 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내건 복지부 정책이 일순간에 뒤집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황당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이미 발표한 시험문제를 바꾸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라고 반문하고 "지난 3년을 인내하고 투자하며 기다려온 종합병원은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대형병원에 의해 좌지우지된 복지부는 여전히 공정성을 외치며 후속 평가기준을 함구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복지부와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권역 평가기준 회의가 백미다.
복지부는 의료계 참석자들에게 '회의 내용 누설 시 나타날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감수한다'는 내용의 서약서 서명을 받았다.
정부 회의를 경험한 병원장과 실무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한 참석자는 "수많은 비공개 회의를 다녀봤지만 이번 같이 참석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서약서는 처음 본다. 사실상 위협에 가까운 서약서로 어느 누가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귀띔했다.
고령사회 대비한 재활의료기관 지정 과정도 가관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첫 본 사업을 위해 68개 신청병원(급성기병원 49개, 요양병원 19개) 중 1차 서류평가에서 51개 병원을 선발했다. 나머지 17개 병원은 '기준 미충족'으로 탈락했다.
지방 의료 인력난을 고려해 의사와 간호사 기정기준 1년 유예까지 순조로웠다.
문제는 복지부의 조급함과 불안감이다.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이 장애인복지 관련법에 명시됐다는 이유로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1인당 환자 수, 병상 수, 필수시설 구비, 운동치료실 병상 당 면적 등 15개 평가항목을 철저하게 심사했다.
요양병원 급증에 따른 사무장병원 발생과 의료 질 하락 등 학습효과를 의식해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 지정 이후 발생할 모든 우려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듯 절대평가 잣대와 비공개 속에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자타가 공인하는 요양과 재활 최상위 창원 희연요양병원조차 단지 병상분할 문제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며 요양병원들에게 충격을 줬다.
심사평가원의 현장조사 태도 역시 논란을 가열시켰다.
심사평가원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51개 병원을 대상으로 11월과 12월초까지 현장조사 심사를 실시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만큼 공문을 받은 해당 병원의 기대감과 긴장감이 높은 상황.
현장조사가 진행되자 병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어느 병원은 2시간 만에 조사가 끝났고, 어느 병원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철저하게 조사를 받았다', ‘어느 병원은 수 일전에 조사를 통보한 반면, 어느 병원은 조사 전날 통보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현재까지 수년 째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51개 병원 명단을 함구하고 있으나, 시범사업 참여 병원 모두 무사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과 친숙한 관계인 심사평가원 입장에서 몇 차례 방문하고 대화를 나눈 병원과 처음 방문하는 병원은 체감차가 클 수 있다.
하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을 전제로 한 지정 평가에서 병원별 차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급성기병원 병원장은 "재활 시범사업 병원은 1~2시간 보고 무사통과고, 재활 지정기준에 문제를 제기한 병원들은 현지조사와 같은 철저한 조사를 했다. 운동치료실에 놓인 치료사 전용 책상과 의자도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급하게 뺐다. 복지부가 겉으로는 공정한 절차와 결과를 강조하지만 의료현장 체감 차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요양병원 병원장 역시 "고령사회 대비해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현장조사 51개 병원 중 무슨 국가대표 선발하느냐"고 지적하고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 지정기준과 조사과정 모두 문제가 있다. 복지부가 수 만 명의 재활난민을 외면한 채 행정편의주의 사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재활의료기관 모두 민감한 현안인 만큼 보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상급종합병원과 재활의료기관 지정 관련 정치권과 의료계 등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 만큼 민감한 문제로 진행 절차와 회의 결과 모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종 결과 도출 후 공개할 테니 조금 만 기다려 달라. 실무를 진행하는 심사평가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정부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재활의료기관 지정 모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오창현) 소관으로 병원급 모든 정책을 담당하고 있어 업무 부담감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보건의료 정책 과정의 불통과 비공개가 지속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공표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국회 연설은 허언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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