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명분 속 일부 서울‧수도권 병원들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포괄 등 상급종병 지위 버리고 독자노선 구축 노력
오는 2020년 4주기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자진포기 의사를 밝히는 병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방 대형병원들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요구하면서 이에 도전할 만한 위치인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이 '자진포기'로 돌아선 것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지정 필요성을 밝히는 지방 주요 대형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3기 재지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울산대병원이 대표적이다.
현재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기준을 둘러싸고 철저히 대외비 기조를 유지하며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최근 열렸던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권역 평가기준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에게 기밀유지 서약을 받으면서까지 내용 유출을 막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핵심인 진료권역 평가기준이 베일에 싸여있자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자진해서 포기하는 병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기조실장은 "진료권역 기준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관심은 경상도 권역에 쏠려있다. 대구지역에 집중되면서 정책적으로 구분 지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는 "결국 경상도 지역을 나누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그 대상은 서울‧수도권 지역 아니겠나"라며 "이 때문에 진입을 노리는 병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선발 기준의 바뀌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보직 교수는 "의료전단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며 "선택 진료를 폐지하고 도입한 의료질평가에서 상급종합병원보다 질 높은 종합병원들이 존재한다. 질이 더 낮음에도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이유로 보상을 더 받는 실정으로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받들어 모시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두고 현재 제외돼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상계 백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가졌었던 대형병원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들 중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상계 백병원, 강동경희대병원은 복지부와 심평원이 추진하는 신포괄수가제 적용을 받고 있다.
특히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경우 일치감치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방향 설정에 나서고 있는 모습.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에서 탈락돼 손실액이 크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환자 비율을 조절해서 중증환자 비율을 올리고 싶지 않다"며 "현재 알려진 지정기준으로 토대로 한다면 상급종합병원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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