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포커스보상액 3500억 사용도 불투명…메르스 1781억 집행 불과 의료계, 기재부 여론 환기용 꼼수…"현 손실보상 기준 개선 시급"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 손실보상 1.6조원을 포함한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놓고 의료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5일 메디칼타임즈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국회 제출한 '코로나19 2020년 추가경정 예산안 면밀히 분석하며 팩트체크를 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제출한 추경 예산안은 세출 확대 8.5조원과 세입경정 3.2조원을 합친 총 11.7조원 규모다.
이중 보건 분야는 2.3조원으로 책정됐다.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에 1000억원, 피해 의료기관 손실보상 및 격리자 생활비 지원에 2.2조원으로 편성했다.
의료계가 주목하는 것은 의료기관 손실보상 예산이다.
기재부는 의료기관 손실보상 3500억원과 경영안정화 융자자금 지원 4000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의료기관 손실보상 소요 확대 등을 대비한 목적예비비 1.3조원을 별도 항목으로 남긴 상황이다.
겉으로 보면, 의료기관 손실보상 예산이 3500억원과 1.3조원을 합친 1.6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목적예비비 특성을 감안하면 1.3조원이 전부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
방역현장에 헌신하는 의료계를 안심시키기 위한 기재부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가 국회 제출한 추경 예산안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손실보상 예산 3500억원은 감염병 예방법에 의거한 지출로 국한되어 있다.
손실보상 대상 및 기준 마련 등 손실보상 관련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김강립 차관) 역시 감염병예방법 조항에 입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손실보상 예산 3500억원은 어떻게 산출됐을까.
별다른 산출 근거 없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 손실보상 예산안을 그대로 차용했다.
참고로, 복지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관련 손실보상위원회 논의를 통해 손실보상 대상 및 기준을 검토 후 233개소에 1781억원을 집행했다.
당시 병원협회는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병원급 자체 조사를 통해 3000억원 이상의 손실액을 제출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35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한 보상액에 그쳤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현행 감염병 예방법의 엄격한 손실보상 규정 때문이다.
시행령(제27조 제1항)에 명시된 의료기관 보상 대상은 ▲감염염관리기관 지정과 격리소 등 설치 운영 기관 ▲감염병 환자와 의사환자 등 진료 기관 ▲의료기관 폐쇄 또는 업무정지 기관 ▲환자 등 발생 경유하거나 그 사실 공개 기관 ▲시도 지사가 지정한 접촉자 격리시설 설치 운영 기관 등으로 제한했다.
이를 적용하면 코로나19 사태로 확진환자 치료기관과 확진환자 경유로 폐쇄 조치 기관 그리고 선별진료소 운영 기관, 국가지정 기관 등을 제외한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은 어렵다는 의미다.
코로사19 사태에 따른 대폭적인 환자 감소와 방역을 위한 파트타임 직원 고용, 방호복 등 의료폐기물 처리비용, 마스크와 소독제 구입 등 일반 의료기관이 겪고 있는 경영악화는 손실보상 대상이 아닌 셈이다.
다행히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 손실보상 규정을 개선해 세밀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나 획기적 개선 없이는 3500억원 예산조차 모두 사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기재부는 산출 근거도 없는 목적예비비 1.3조원을 무슨 이유로 공표했을까.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만명에 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예측과 대구경북에 집중된 확진환자 치료를 위한 민간 의료기관 의료진들의 봉사 행렬 그리고 마스크 줄서기 등 안일한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 등 메르스 때와 달라진 국민 정서를 감안했다는 시각이다.
한 마디로, 손실보상 예산 3500억원 외에 1.3조원을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 말고 방역에 집중해달라는 의료계 여론 환기 카드인 셈이다.
손실보상 대상과 범위가 바뀌지 않은 한 1.3조원은 고사하고 3500억원조차 모두 사용하지 않은 메르스 악몽이 되풀이 될 수 있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회 의결 없이 쓸 수 있게 만든 3조 4000억원 예비비를 왜 집행하지 않느냐"면서 "목적예비비를 두고 추경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지금 코로나 사태에 대한 방역과 피해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의 절반 정도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기재부 목적예비비 1.3조원이 꼼수라는 의심은 의료기관 융자 항목에서 엿볼 수 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 관련 개보수와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의원 자금 지원을 위해 4000억원 추경을 편성했다.
대상은 모든 의료기관 중 전년 동월 또는 전월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기관으로 한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의료기관이 경영적 어려움과 겪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융자 대상은 매출액 감소 의료기관으로 했으나, 실제 산출 근거는 2000개소로 잡았다.
융자금 2억원(평균)과 2000개소를 곱해 4000억원이 나온 것이다.
전국 3만여개 병의원 중 2000개소만 전년대비 매출이 떨어진다는 셈식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 개소 당 융자금 2억원으로 충분히 복구 가능하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재정당국의 사고 이면에는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업종이라는 편향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모든 의료기관이 코로나19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경영손실을 감수하면서 방역 중인 의료기관을 감안하면 손실보상 3500억원은 미비한 액수다"면서 "기재부가 목적예비비로 1.3조원을 준비했다고 하나 메르스 전례를 볼 때 실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헌신하는 의료계에 희망 고문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융자금 지원 4000억원은 어차피 의료기관이 은행에 갚아 나가야 할 돈으로 정부가 생색내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말로는 의료진 헌신에 감사하다고 하면서 손실보상과 지원은 과거 메르스 전철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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