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전문가가 정책에 영향 미치려 한 정치적 의사표현" 방상혁 당시 의협 기획이사도 무죄 "정부정책 저항수단 인정"
원격진료,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을 추진했던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기획이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집단휴진을 추진한 지 6년하고도 3일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9단독(판사 김성훈)은 12일 2004년 집단 휴진을 추진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의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 방상혁 전 기획이사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협은 2014년 3월 10일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영리화와 원격의료를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시행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은 집단휴진의 위법성이 성립하려면 경쟁제한성과 부당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경쟁제한성은 집단휴진으로 가격, 수량, 품질, 거래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고 부당성은 공동 행위가 전반에 미치는 효율성 등 구체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쟁제한성, 부당성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성훈 판사는 "원격진료, 영리병원 정책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해 의료서비스 공급량이 줄었다고 해서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고 의료서비스 품질이 나빠지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 불편을 겼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거래 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일 뿐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부당성에 대해서도 "사회 구성원이 국가 정책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기본권 행사가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외관을 취하더라도 행사가 정당하다면 부당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휴업은 국가 정책 결정에 반대하면서 초래됐다"라며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는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전문가와 관련자의 활발한 토론이 필수다. 집단 휴진은 의료전문가가 국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재판부는 의협이 추진한 집단휴진이 구성원의 사업내용,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도 아니라고 봤다.
김 판사는 "의협이 휴업을 결의했고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통지했다. 휴진에 참여하라고 직접적으로 다른 방법을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고지하지는 않았다"라며 "휴진 참여율도 개원의 25%에 불과했다. 휴업 찬성률 보다도 낮은 결과다. 구체적 실행은 의사의 자유적인 판단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의사 집단행동, 인간의 기본권에 근거해 정당화 한 판결"
무죄 판결을 받아든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현 상근부회장)는 법원 판결에 환경의 입장과 동시에 착잡한 심정을 이야기 했다.
노 전 회장은 "의사는 단체행동권이 없다"라며 "보건의료관련 주요 정책을 정부가 강제로 시행할 때 저항수단이 없었는데 법원이 최소한이나마 인정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방상혁 전 이사도 "부당한 정책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없었고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졌다"라며 "앞으로는 정부와 국회 모두 현장을 아는 보건의료 전문가가 참여해 최선의 진료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회장 당선부터 '파업' 등의 집단행동을 추진해 왔던 의협 역시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최대집 회장은 "보편적인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서 의사의 집단행동을 정당화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며 "40대 집행부는 꾸준히 집단행동을 추구해왔다. 이번 결정을 중요한 증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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