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식 업무 시작…특정대학 기관장 독점 우려도 의료계 'DRG' 도입론자 기억 남아…관계 개선 숙제 해결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신임 원장은 외부인사 임명이 아닌 내부 승진으로 가닥이 잡혔다.
심평원 심사‧평가위원으로 시작해 현재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선민 기획상임이사가 향후 3년 동안 기관을 이끌게 된 것이다. 첫 여성 출신 기관장인 데다 내부 승진으로 임명된 사례라 여러모로 '최초'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시작하는 심평원장이다.
하지만 김선민 차기 심평원장이 앞으로 3년 동안 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16일 메디칼타임즈는 오는 20일부터 이‧취임식을 하고 공식적인 임기를 수행할 김선민 차기 심평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특정대학 출신 '보건‧의료 기관장' 독점 우려 해소해야
김선민 차기 심평원장은 다른 보건·의료 관련 공공기관 요직에 포진한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출신이다.
청와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시작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 등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보건‧의료 공공기관에 적용된 공통된 '인사코드'가 심평원장 인사에도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차기 심평원장에까지 김선민 기획이사가 내정되면서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 만에 보건‧의료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공공기관 모두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출신으로 채워진 셈이다. 더구나 해당 공공기관 내 주요 요직에 이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기도 하다.
이를 두고서 의료계 내에서는 특정대학 출신이 보건‧의료 기관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보장성 강화 정책도 이들이 구상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의료계 안팎으로 문재인 케어 '설계자'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의료단체 임원은 "보건‧의료 기관장 중에서 유일하게 심평원 만이 의료관리학 출신이 아니지 않았나"라며 "심평원장 임명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 모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심평원 안팎에서는 향후 김선민 차기 원장이 3년간 임기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임명과정에서의 잡음을 해소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심평원 직원은 "김용익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최근 건보공단과는 현지조사를 시작해 약제 급여 사후평가 등 업무적으로 중복된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갈등양상으로 번지기도 한다"며 "차기 심평원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업무적으로 기관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공석이 익숙해진 '고위직' 임명 문제 해결해야
그렇다면 김선민 차기 원장이 해결해야 할 첫 과제들은 무엇일까.
시급하게는 빈자리가 많아진 심평원 내 '고위직' 채용일 것이다. 김선민 차기 원장의 승진 임명에 따라 공석이 된 기획이사와 함께 국회에 진출했던 허윤정 심사연구소장의 빈자리를 서둘러 채워야 한다.
이와 함께 2019년 2월부터 1년 넘게 장기간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는 심사기준실장도 새롭게 뽑아야 한다. 의료계에서 소위 심평의학이라고 일컫는 급여기준 설계를 총괄하는 자리임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해 1년 동안 공석으로 유지하고 있는 실정.
실제로 지난해 한 차례 급여기준실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심평원 측에서 원하는 '의사출신 보건‧의료 제도 전문가' 채용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또 다른 심평원 직원은 "심사기준실장은 직무대행이 2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며 "김선민 차기 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후 가장 먼저 공석인 고위직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012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도입 이후 불편해진 의료계와의 관계 개선도 김선민 차기 원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의료계 대부분이 2012년 정부 측에서 포괄수가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인물로 당시 평가위원이었던 김선민 차기 원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심사체계 개편 핵심인 분석심사 시범사업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이콧'으로 반쪽 제도로 운영 중인 상황에서 김선민 차기 원장으로서도 의료계와의 관계 개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회 임원은 "2012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도입 당시 김선민 차기 원장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며 "차기 심평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으로서는 좋지 않은 기억일 수밖에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차기 심평원장이 의사라고 하더라도 일선 의료계에는 거부감부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김선민 차기 원장이 임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자칫 심사체계 개편과 문재인 케어 수행에 있어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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