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찰료 산청 불가 원칙 고수…의료기관 "답답" 호소 병원계 "의료현장 혼란 차단 위한 법 개정 시급" 주장
#. 경기도 A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원무과 직원 B씨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자녀를 둔 부모 때문에 골치를 겪고 있다. 의사에게 자녀의 영상 및 혈액 검사 결과를 듣고 여러 질문까지 하다 보면 시간은 수분이 훌쩍 지나있다. 문제는 환자이자 검사를 받은 당사자인 자녀는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
현행 규정에 따르면 환자 당사자가 없으면 진찰료도 따로 받을 수 없다.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도 진료라면 진료이지만 비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18일 병원계에 따르면 행위 능력이 없는 자녀를 둔 부모가 단독으로 병원을 찾아 자녀에 대한 검사 결과를 듣고자 할 때 진찰료를 받기도, 안 받기도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당사자가 없을 때 진찰료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어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B씨는 "장애 아동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아동,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아동 등은 법정대리인, 즉 부모가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존재"라며 "환자에 대한 문진, 시진, 촉진 등 진찰이 끝난 후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행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무조건 함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현재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이 필요할 때 행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 동의서에 서명하고 있다"라며 "검사 결과를 설명하거나 향후 치료 계획을 설정하는 과정 역시 행위능력 없는 미성년자가 없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봤다.
부모가 아픈 자녀 대신 검사 결과나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는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의료기관은 별도의 진찰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과 복지부 고시 등을 종합하면 각종 검사 결과만 알기 위해 병의원을 찾았을 때 의료기관은 재진 진찰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환자가 직접 왔을 때만 가능하다. 처방전 대리수령 제도도 있지만 이는 '처방전'을 대리 수령했을 때만 진찰료의 50%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검사 결과만 '대신' 듣고 나왔을 때는 진찰료 산정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진찰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부모만 병원을 찾았더라도 아이가 직접 온 것처럼 해서 진찰료를 청구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Y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등 소아 관련 진료를 담당하는 모든 진료과가 얽혀있는 문제"라며 "진찰료가 건 단위로 보면 액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통상 소아청소년 환자의 보호자가 결과만 듣고 가면 따로 비용을 받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병원 규모가 클수록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코로나19로 소아청소년 환자는 병원에 오지 않는 일이 더 많다"라며 "미성년자 환자가 직접 오지 않았지만 온 것처럼 해서 진찰료를 받는 식의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기관의 민원에 보건당국은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황. 의료관계 법령에서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없이 보호자 단독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 결과를 알고 싶어도 건강 정보는 환자의 민감정보이고 의료기관에서 동의서를 받더라도 책임을 감수해야 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 결과를 듣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병원계는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령 해석을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관계자는 "이미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법정대리인의 법정대리권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의료법 세세하게 규율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법정대리인, 성년후견인의 검사 결과 청취 등 환자가 불편해 하는 부분을 법이나 하위법령 개정 등을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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