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보건의료단체가 궐기대회를 열고 국회에 간호법을 철회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해당 법은 간호 직역의 면허범위 확장으로 보건의료 인력체계를 와해 한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간호법이 특정 직역의 이기주의라고 규탄했다. 이날 궐기대회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에서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의 의료인이 참석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 자리를 통해 간호단독법에 대한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지해주시길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의 가족, 친구, 동료의 건강을 위해 함께 간호단독법 저지 및 철회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 사태 대응을 위해 모든 직역이 총력을 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간호계가 계속해서 간호법 제정을 시도하는 것을 규탄했다.
간호사의 처우개선 주장엔 동의하지만 이를 빌미로 타 직역으로의 업무영역 확대를 시도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
이 회장은 "간호단독법이 제정된다면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가 아닌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해 간호사가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는 불법의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간호사가 독립된 공간에서 단독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단초가 돼 결국 질 낮은 의료기관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이 의료법의 근간을 흔들어 국민 건강증진과 생명 보호에 위협이 될 악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한간호협회는 지금 코로나19 환자 간호에 앞장서고 있는 일선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며 "간호단독법은 간호사 직종만을 위한 일방통행식 법안으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 제정으로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겨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간호법 제정은 각 보건의료단체의 논의 후에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로 열악한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보다 악화되고 일자리를 잃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상임부회장은 간호법이 응급구조사, 응급전문간호사와의 형평성에 위배되며 해당 직역이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응급구조사는 14가지에 불과한 응급처치 업무를 의사의 의료지도에 따라 제한적이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최소한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반면 간호법은 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측정 불가능할 만큼 포괄적으로 정하여 직종 간의 업무 범위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에 명시된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규정은 포괄성이 넓어 응급구조사는 물론, 의료기사 등 대부분 직역 업무 범위를 침범해, 보건의료인력체계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김영달 회장은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 등에 참여하며 간호법 제정 대신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간협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10개 단체가 반대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주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오늘 궐기대회가 간호법 제정에 대한 반대 당위성을 돌아보고, 현행 보건의료관련법령을 적극 활용해 모두가 상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간호법 제정 반대 명분을 국회와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서계의사회 하이디 스텐스마이렌(Heidi Stensmyren) 회장의 영상메시지를 시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세계의사회가 모든 사람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본회는 간호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법은 의료행위가 의사의 감독 없이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최고 수준의 적절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것.
또 간호조무사를 감독해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의 최선의 진료 원칙에 위배되며 기존의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 모인 의료인들은 직역 간 갈등을 초래한 간협에 간호법 제정 시도를 멈추고 타 직역에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단독법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고,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에 모든 의료 직역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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