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재구성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등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대국회 활동을 펼칠지에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간 이견이 팽팽한 탓이다. 의료계 관심이 높은 보건복지위원회 구성 역시 국민의힘 간사로 강기윤 의원이 재선임된 것 외엔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덕분에 대한의사협회가 소위 의료악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은 전반기 국회 막바지까지 논의됐던 만큼, 후반기 국회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간호법은 전반기 복지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급하게 처리됐던 법안이다. 지난달 9일 민주당은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고 간호법을 의결한 것이 이어 17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앞선 심사소위에선 국민의힘 측이 관련 내용을 2시간 전에 통보받고, 전체회의에선 민주당 측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상정돼 결국 의결했다. 더욱이 전체회의에선 당시 복지위원장이었던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법사위에 계류된 의사면허취소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간호법에 대한 의료계 불안감이 일부 해소된 상황이다. 기존의 간호법 처리가 의료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복지위 재구성으로 이 같은 분위기기 환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간호법 자체가 법안으로서 부적격하다는 판단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시되는 내용 중 하나는 간호법에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찬성 측은 의료법에 있는 처벌 조항을 적용하면 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이는 위헌성이 있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간호법 제정 시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관련 법령이 모두 삭제돼 이를 토대로 간호사를 처벌할 수 없는 부 진정 입법부작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간호법의 결정적인 하자는 권리만 있고 처벌 규정이나 의무 규정이 없다는 것. 이런 법안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법사위 법률 전문가들이 간호법엔 처벌 조항이 없으며 이는 입법의 불비에 해당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강조했다.
의협이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불만은 나온다. 의협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의사면허취소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협의 대외협력 역량이 강화됐음에도 간호법이 복지위에서 잇따라 통과돼 기존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간호법에 있던 독소조항이 사라졌으니 선방했다는 식의 성명이 나오면서, 의협이 간호법을 원천적으로 막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회원들이 생기고 있다"며 "더욱이 의사면허취소법은 간호법보다 더 위중한 사안인데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대외협력에만 집중하는 것이 유효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 같은 회원 불만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외협력 특성상 관련 활동이나 성과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회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소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위와 관계돼 있다면 정당을 가리지 않고 컨택해 의료계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며, 복지위 재구성 이후 전략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도 마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대외협력 파트는 대외비로 일하고 있어 정확히 누구를 어떻게 만나 무엇을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여러 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치권에 의료계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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