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치료 종료 후폭풍이 응급실에 불어 닥치고 있다. 야간에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줄어들면서 동시간대 환자가 응급실에 몰리는 탓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유행이 확산되면서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재발하고 있다. 현장에 따르면 발열환자가 앰뷸런스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고 야간에 확진자 진료 문의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소아·산모 확진자의 경우 병상이 없어 타 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방역당국이 예측 가능했던 재유행에 안일히 대응해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지난 7월 발표된 감염병 유행 시 응급실 운영 권고안 2판으로 응급실 업무가 과중된 상황도 문제로 꼽았다. 이 권고안은 응급실의 확진자 진료를 확대하고 PCR검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의명분엔 동의하지만 다수의 응급의료기관에 음압격리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권고안을 내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게 응급의학의사회의 지적이다.
원스톱진료센터·호흡기클리닉·전담병원 등은 야간엔 진료를 하지 않아 취약시간대에 환자가 몰리는 상황도 우려했다.
실제 응급의학의사회는 매일 저녁만 되면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확진자 및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받을 병원이 없다는 상황실 전화를 받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음압실 및 격리실이 발열환자, 확진자로 채워질 때 정작 제시간에 치료 받아야 할 비코로나 중증응급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정책은 절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방역당국과 책임기관들은 진정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의학의사회는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미 누적 확진자가 전 국민의 절반이 넘고,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환자가 많아 역학조사가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를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방역논쟁과 불안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응급진료에 대한 기준과 제한을 중단하고 환자들과 각 병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
119 지역 상황실과 전원조정센터 등을 원래 업무인 중증응급환자 이송과 배치업무로 복귀시키라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 이들 조직은 코로나19 관련이라면 경미한 의료 요구까지 조율하는 상황인데 위중증이 아니라면 관련 업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이 고유의 업무로 복귀해 중증응급 환자의 이송과 병원 선정에 집중한다는 것.
감염 위험성 및 의료진의 업무 과중을 고려해 코로나19 진료·입원 수가를 인상하고 응급의료진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당국은 현장 의료진을 힘 빠지게 만드는 지침만 내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응급의료 현장을 제대로 파악해 진정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모든 단순발열, 경증확진자의 진료부담이 응급실로 집중된다면 응급의료체계는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전에도 상급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의 과밀화는 심각한 상태였고 아무런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덮친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악화했다"며 "보다 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 중증환자이송체계, 취약지 응급의료와 상급병원의 과밀화 문제해결을 위해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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