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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우울증 환자…정신과의사회 국가책임제 도입 주장

발행날짜: 2022-08-22 05:10:00

우울증 환자 5년 간 36% 증가…20대 증가세 두드러져
우울증 문제 해결 위한 지원사업 확대 및 정책 개선 제언

우울증 환자 급증으로 각계 우려가 커지면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21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을 열고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시범사업 확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울증 분석심사 ▲경기둔화 및 불황기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비대면진료 등에 대한 우려와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제언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현장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우울증 환자 급증 및 자살 증가로 각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타 진료과가 이를 항우울제 60일 처방 제한 해제 등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을 지적했다.

앞서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홍승봉 회장은 '우울증과 자살로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기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이 기고문은 높은 자살률의 책임을 정신의학과에 돌리고 있으며, 항우울제 처방률을 높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 부적절하다는 게 의사회 입장이다.

그동안 정신의학과의사회는 타 진료과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에 정면대응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해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기고문에 대한 반박문을 게재했다.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시범사업 확대개편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사업은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및 급성기 입원치료, 퇴원 후 사례관리 및 낮병동 치료 등에서 환자가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구성은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 등이다.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이중에서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에서 의원급 참여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정신의학과 개원가는 지금도 여러 차별적 규제로 위축돼 있는데 사업에서까지 배제된다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이를 막기 위해 본사업 이전에 치료접근성이 높은 동네의원의 특성을 살린 개워가 입원실 모델 개발 및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우울증 분석심사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우울증은 타 질환보다 환자유형 및 치료형태가 다양한 특수성이 있는데 분석심사는 이를 획일적으로 통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여러 임상현장에서 적극적 진료가 위축돼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신용선 보험이사는 "심평원 분석심사는 일부 의사단체의 반발이 나오는 내용으로 본회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 많지만 의협 산하단체로서 대의원회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견들을 의협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각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그 원인과 실질적 해결책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의학과 진료인원은 2017년 220만 명에서 지난해 3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진료비 역시 6000억 원 올랐다. 이는 전 연령층에 공통적으로 일어난 현상으로 특히 20대 정신의학과 진료가 80% 이상 급증했다.

또 지난 2분기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우울증위험군이 5배 이상 높아졌다. 그동안 우울위험군은 여성 비중이 컸는데 이번 조사에서 남성 비중이 15.3%로 여성 18.6%와 비슷해져 남성 우울증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알콜사망자 역시 2020년, 전년 4694명 대비 10% 증가했다.

정신의학과의사회는 고위험군에 특화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 제기에만 그치는 단발성 조사가 아닌 원인을 해석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진료 받는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방식이 아닌 사회적 현장을 전반적으로 짚는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의료기관·지역·특성별 현황 파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건복지부 주도로 정신건강관련 데이터의 통합적 해석을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불황기가 우울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 보조사업 등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늘어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의학과 의원이 상호 협력할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정신질환 국가책임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 적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근호 보험이사는 "우울증 진료환자가 증가세지만 그 자체를 문제로 인식해선 안 된다. 이는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졌던 정신의학과 문턱이 낮아지면서 진료를 받기 시작한 환자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라며 "이제서야 의사들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보게 된 것으로 현장이 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면진료, 디지털 헬스케어가 무분별하게 확장하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신의학의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료환경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찬성·반대 문제를 넘어 우려스러운 부분을 금지하고 추진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부회장은 "의협이 비대면진료를 추진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여러 의사단체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본회 역시 외국 사례를 보면 비대면진료가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긴 하다"고 전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인 형태로 초진이 아닌 재진으로만 시행해야 한다. 특히 일본과 미국은 재진이라고 해도 3~6개월 단위로 대면진료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디지털치료제 진단·판독 시스템 역시 정부의 보수적인 수가정책으로 개원가에 이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보조 인력의 노동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활동보고서 등으로 정책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정신의학의사회 정기총회에서 13대 김동욱 회장이 단일 후보로 나서 14대 회장에 재당선됐다.

김 회장은 "20대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정보가 많아도 진료를 위해 취업, 군대, 보험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이런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데 이를 해소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환자가 늘었으니 의약품을 많이 쓰면 된다는 접근법은 표면적이다. 의사회 차원에서 관련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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