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미달 사태 한번으로 족하다. 의료원장과 병원장, 임상교수, 관련 부서 등 전 교직원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했다."
세브란스병원 김범석 수련교육부장(신장내과 교수)은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 임하는 각오를 이 같이 밝혔다.
의료계 최강자를 자부하는 세브란스병원 입장에서 2022년은 지우고 싶은 한해일지도 모른다.
올해 1월 인턴 모집 결과, 155명 정원(일산공단병원 등 모자병원 포함)에 7명이 미달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2023년도 세브란스병원 신촌 인턴 정원은 93명(전년도 94명),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은 172명(모자병원 포함, 전년도와 동일)이다. 참고로 연세의대 입학 정원은 120명.
쇄신책은 빠르고 강력했다. 의료원장과 병원장이 참여한 수련환경 개선 TF를 구성해 정례적 회의를 통해 진단과 처방을 내놨다.
우선, 지난 3월부터 전공의 급여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인턴 급여는 10% 인상했으며, 레지던트 수당을 상향시켰다. 이를 신촌과 강남, 용인 등 연세대의료원 소속 병원에 동일 적용했다.
김 교육수련부장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수련 목표는 좋은 인재 선발이다. 성적과 인성, 소통 등을 겸비한 실력 있는 전문의로 키워내는 것"이라면서 "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의료원 차원에서 수련체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수련개선 TF 구성, 인턴 급여 10% 인상·레지던트 수당 상향 등 예산 투입
또 다른 처방은 의과대학 설명회 등 이미지 개선이다.
젊은 의사들에게 세브란스병원은 순혈주의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전체 전공의 50%는 타교 출신으로 20여개 의과대학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수련부는 전국 18개 의과대학 예비 졸업생을 대상으로 전공의 모집 설명회를 가졌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을 바라보는 외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으로 보직교수와 전공의 등이 많은 의과대학을 방문해 설명회를 열었다. 전공의 선발과정의 공정성과 타교 출신 비율, 근무여건 개선 등 선입견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경주했다"고 설명했다.
수련현장 업무개선 역시 디테일하고 과감했다.
전공의들이 '잡일' 부르는 환자 드레싱을 위해 간호사 14명을 채용했으며, 심전도 검사를 위한 해당 의료기사를 충원해 수련현장의 노동 강도를 대폭 줄였다.
■의대 18곳 방문 설명회 개최…'세브란스=순혈주의' 인식 개선 총력
또한 인턴과 간호사 소통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메신저를 개발해 전공의 스스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SNS를 통한 소통 효율성을 제고했다.
김 수련교육부장은 "세브란스병원 자체 개발한 메신저를 사용한 인턴들의 만족도가 높아 전체 전공의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진과 수시 간담회를 통해 젊은 의사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개선방안을 수련과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타공인 최강자인 세브란스병원도 기피과 문제는 최대 현안이다.
올해 전공의 OT 기간을 기존 3일에서 5일로 연장했다. 임상교수 참여 속에 진료과별 술기와 시연 등 실전 수련으로 젊은 의사들의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전공의 OT 기간 연장, 술기 집중…기피과 선발 역점, 소통과 지원 강화
그는 "내년도 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선발에 역점을 두면서 임상교수와 전공의 간 소통 강화와 지원을 보다 확대했다. 전공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늘려 실전 술기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도권과 지방 전공의 정원 재배치 추진 움직임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의료인력 불균형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지 의문"이라면서 "양질의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모자병원 확대 등 협업 시스템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브란스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전형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해보다 높다.
김범석 교육수련부장은 "내년도 전공의 정원 확보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교육 강화에 전체 구성원이 심혈을 기울인 만큼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련기간은 의사의 전문성을 확립하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세브란스병원의 역사와 경험을 토대로 젊은 의사들을 위한 수련병원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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