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소아 병동 마지막 환자를 퇴원시킬 때 의료진 모두 울컥했습니다. 텅 빈 소아 병동을 바라보며 미안함과 함께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자괴감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과장은 12일 전화인터뷰에서 소아 입원실 운영 잠정 중단에 따른 착잡한 심정을 이 같이 밝혔다.
앞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역 의료기관에 발송한 협조공문을 통해 진료할 의료인력 부족으로 12월부터 내년 2월말까지 입원 병실 운영 중단을 전달하고 다른 병원으로 의뢰할 것을 주문했다.
인천권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인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일까.
현재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7명이다. 세부적으로 신생아 담당 3명과 소아청소년 담당 4명이다. 소아청소년 담담 4명 중 1명은 장기연수 중이고 1명은 12월말 정년을 앞두고 있다.
신생아 담당 교수 3명은 신생아 중환자실 수가 운영 원칙에 따라 병동 근무가 불가하다. 소아 병동을 담당할 교수는 2명에 불과한 셈이다. 여기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전공의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현재 레지던트 5명 중 4명이 4년차로 전문의 고시 준비로 합숙에 들어가면서 2년차 1명만 남아 있다. 길병원 소아 병동은 23병상이다.
교수 2명과 전공의 1명으로 병동 운영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손 과장은 "그동안 교수 4명과 전공의 5명이 병실 당직을 이어가며 입원환자 진료를 버텨왔다. 교수 1명은 장기연수, 다른 1명은 12월말 정년이다. 전공의 5명 중 4명이 전문의 고시 준비에 들어가 의사 3명으로 더 이상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교수들은 병동 당직과 다음날 외래 진료를 이어가면서 이미 번 아웃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교수 3명은 외래와 별도로 주 2~3회 중환자실 당직을 지속하고 있다.
입원치료 중단 선언 이후 마지막 소아 입원 환자는 지난주 금요일 퇴원했다.
손 과장은 "병실에 남아 있던 소아 입원환자 1명이 지난주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강제로 퇴원시킨 것도 아닌데 의료진 모두 환자와 보호자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울컥했다. 교수들 모두 텅 빈 병실을 볼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울컥한 감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청과 교수들 미안함과 자괴감…"필수의료 대책 젊은 의사들에게 비전 제시 못해"
그는 "소아 병동 유지를 위해 소아청소년과 임상교수 임용과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을 지속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다. 내년 3월 의사 이직이 활발한 시기에 채용을 기대하고 있지만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소아청소년과 특성을 반영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위기 상황은 비단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 응급실 절반 이상이 운영을 중단했다. 길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진료교수로 소아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수가개선을 토대로 외래를 운영하는 병원에 외래환자를,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환자를,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에 응급환자를 집중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손동우 과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은 소아암 등 중증질환에 집중되어 젊은 의사들에게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을 위한 실질적 인센티브 방안이 없다면 전공의들의 기피 현상과 입원환자 진료 축소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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