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을 타고 본격적인 융복합 시대를 맞으면서 이른바 헬스케어를 표방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간단한 건강관리부터 수면, 식습관, 운동량 관리까지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들이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이 중에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제품의 경우 기존 제조업체와 손을 잡고 하드웨어의 형태의 가전기기로 가능성을 시험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제품 중 일부는 입소문을 타고 많게는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용자 경험(UX)에 기반한 기민한 업데이트와 기능 적용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말 그대로 기술의 발달과 접근성의 한계 극복으로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이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웰니스(Wellness)'를 표방하다보니 사용자의 건강에 깊숙히 관여하거나 그들의 건강 정보를 대규모로 획득한다해도 일체의 규제나 관리 대상이 아닌 이유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들은 실제적인 유효성이나 안전성 또한 검증 대상이 아니다. 효과가 있건 없건 안전하건 안전하지 않건 모든 것이 소비자의 선택에만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578개의 정신건강 어플리케이션 중 바이오 피드백을 제공하는 어플은 단 1%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변증법적 행동 치료 등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도 2%에 불과했다. 대신 개인이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일방향적 정보 제공이 45%나 됐고 단순한 일기 형태도 34%에 달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이를 개발한 기업조차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는 제품은 2%에 불과했다. 수많은 어플이 나와 있지만 개발 기업조차 소비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웰니스 제품과 의료기기간 경계선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의료기기의 경우 관련 법 규정과 규제에 의해 임상과 문헌 고찰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는 절차를 거친다. 말 그대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와 웰니스 제품이 혼용되고 있는 시장에서 이러한 근거들은 퇴색된다. 실제로 의료용 견인기기와 안마의자를 구분하는 소비자는 매우 드물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혼란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의료기기와 웰니스 제품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경계선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의료기기'로 광고하지 못하게 하는 소극적 장벽으로는 교묘하게 이 경계선을 넘나드는 기업들의 전략을 막아내기 어렵다.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의료기기가 검증안된 웰니스 제품들의 홍수속에서 경쟁력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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