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5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23~'27)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복지부의 2차 종합계획(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계획안에 대해선 높게 평가했지만 향후 실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의료인력과 재정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완벽한 정책이라도 이를 실행할 인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1차 종합계획 예방·관리→2차 종합계획 중증·응급 강화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2차 종합계획(안)은 '24시간 어디서나 심뇌혈관질환 걱정없는 건강한 일상'을 비전으로 예방·관리에서 중증·응급 치료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 1차 종합계획 대비 진일보했다.
1차 종합계획에서 예방관리 사업 비중이 높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해당 지역 자체충족률 등 지표는 개선됐지만 외과계 전문치료 역량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개선하려면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등 전문치료 역량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날 복지부 김한숙 질병정책과장은 신속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경로 확보, 진료자원 기반(인프라)의 최적의 연계, 환자 중심의 선행질환관리 체계 구축 등을 목표로 5개 영역, 총 15개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김 과장은 1차 종합계획('18~'22)과 비교해 2차 종합계획은 지난 1월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 이행 차원에서 골든타임이 있는 급성기 치료 대응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응급증상이 있는 환자가 사전에 의료이용을 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환자 중심의 의료이용 체계를 구축하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전문치료 역량을 제고함과 동시에 권역센터를 보완할 심뇌혈관질환 인적네트워크 신규 도입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대책 좋으면 뭐하나…인력·예산이 없는데"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심뇌혈관질환관리 정책2.0 기획단 이해영 단장(서울대병원)은 '국가 심뇌혈관질환 관리의 명과 암'을 언급하며 "심뇌혈관질환 관리지표는 향상됐지만 최근 위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의료인력이 지쳐서 이탈하기 전에 관련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당부했다.
전문가 패널토의에서도 의료인력 대책에 대한 제안은 이어졌다. 심장학회 홍그루 총무이사(신촌세브란스병원)는 심장내과 전문의 수급난을 언급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향후 10년내 심장내과 전문의 수는 적정인력의 50%에 그칠 전망이다. 과거 심장내과 펠로우 선호도는 상위 2위였지만 현재는 하위 2위로 뚝 떨어졌다.
홍 총무이사는 "워라밸도 수익도 별로다. 의사 개인은 사명감으로 선택하려고 해도 가족들이 말리는 상황"이라며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또한 지난 2009년 수요조사를 근거로 "2025년이 되면 50%이상 흉부외과 전문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현실화되고 있다"며 "현재 흉부외과가 겪는 현재가 다른 과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신승훈 정책이사(분당차병원)도 의료인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의료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당면 과제"라며 "응급상황에 대처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매머드급 병원 이외에는 신경외과 2명 이상 배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심뇌혈관 질환 관리위원회 운영에 대해서는 긍적적"이라며 "전문가단체, 환자단체 포함한 위원회이니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2차 종합계획 연구 책임자인 이혜진 교수(강원대학교병원) 또한 "미래 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면서 "전공의들이 미래의 전문과목을 선택할 때 현재 교수들의 삶을 비춰볼 것을 고려할 때 수가 등 현재 의료인력에 대한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차 종합계획을 추진하는데 재정 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은 "심근경색증 환자의 응급실 표류 시간 등 개선됐다"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2차 종합계획은 잘 짜여졌지만,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1년에 200억원으로는 계획을 현실화하기 어렵다"면서 "실질적인 재정 계획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배 이사장은 "여러 진료과가 참여하고 있는만큼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공동의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김한숙 질병정책과장은 "재정계획도 준비 중에 있다"면서 다만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3년도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향후 재정확보에 의료계, 국회에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그는 인력 대책에 대해서는 단기/중장기 대책으로 구분해 단기적으로는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준비 중에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인력추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필수의료대책과도 연계한 종합적인 인력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인력 부분에 대해 단기, 중장기 대책을 모색 중으로 현재 있는 인력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다양하게 고민 중"이라며 "수가 등 문제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더이상 행위별수가 체계로는 안된다는 요구가 있어 이를 반영하려고 하고 있으며 필수의료분야 인력에 대해서는 수가적으로 해결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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