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일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648명의 사직처리를 완료했다. 이로써 전공의들은 더 이상 근로자 신분이 아니게 돼 단체행동이 마무리됐다.
지난 5개월 동안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정부와 전공의의 갈등이 일차적으로 막을 내린 셈.
정부는 의대증원 발표 초기 전공의들이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자, 즉시 수련병원에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리며 복귀를 종용했다.
단체행동 일환으로 제출한 사직서는 '진의'가 아니기 때문에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공의 90% 이상은 이러한 정부 입장에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하나둘 병원을 떠났다. 이후 이들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온갖 회유책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복지부는 전공의 복지를 위한 마지막 출구전략으로 기존 입장을 포기하고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했다.
그 과정 중 전공의에게 내렸던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 온갖 행정명령 또한 철회해 전공의 책임을 지워줬다.
전공의 복귀를 명목으로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형평성'의 원칙까지 포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복지부는 '의료계 비상경영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정책을 추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한 마디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정부의 번복이 이어질수록 의료계의 시선은 한 층 더 싸늘해지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의대증원 초기에 했던 발언 중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몇 가지나 있느냐"며 "계속해서 입장을 180도 변경하는데 누가 정부의 말을 믿고 복귀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의 가장 큰 시련 중 하나는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들에게까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것이다.
이러한 회유책에도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며 의료계 비상경영을 안정화하지도 못했다.
결국, 전공의 집단행동이 일차적으로 막을 내린 시점에 정부는 신뢰도를 잃고 의료계를 정상화하지도 못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수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상태로 보아선 하반기 수련에도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전공의들이 생각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음을 알았을 것이다. 또 설익은 제도나 사탕발림같은 제도로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 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남은 전략에는 대한민국 의료에 전공의가 필요하다는 절실한 마음과 그들을 달래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년간 수련의료 시스템은 가동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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