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진데다가 14보건복지의료연대의 단일대오도 흔들리면서다.
8일 국회 회동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안에 간호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쟁점이 없으면서 꼭 필요한 민생법을 통과시키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현재까지 발의된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이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안',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역시 지난달 19일 '간호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이날 예정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이 논의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우선은 원안대로 소위원회 구성의 건만 논의한 채 산회했다.
시간은 벌었지만, 간호법 통과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간호법에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당시 여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14보건복지의료연대가 투쟁노선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여전히 간호법에 반대하지만, 이를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문제 조항을 협의하는 식으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아직까진 대한의사협회와 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간호법 투쟁과 관련해선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 간호법 제정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힌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뿐이다. 이외 단체들은 간호조무사 전문대 포함, 의료기사 업무 범위 제외 등의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벌써부터 의협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간호법 저지를 위해선 보건복지의료연대와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이를 유지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제 와 의협 단독으로 간호법을 저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의협 임현택 회장의 막말·독단 논란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임 회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다른 직역단체 입장에선 의협과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지난번 간호법 투쟁에선 약소 직역의 업무 범위를 침해하는 부분을 지적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간호법은 업무 범위 침해를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을 주긴 했지만, 의협이 보건복지의료연대와의 관계가 잘 유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하겠다는 메시지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임 회장에게 회무에서 손을 떼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데 누가 의협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느냐"며 "간호법이 양당에서 발의돼 막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의대 증원도 마찬가지다. 패배 의식을 버리고 법안이 잘못됐다는 것을 더욱 강력히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집행부 역시 이제 와 다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여·야와 직접 소통해 문제 조항을 지적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의사들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모양새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표면적으론 간호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 같지만 여당 법안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야당 법안은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지난 국회에서 여당이 간호법에 거부했고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다는 것에도 갈등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양당이 세부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의협 채동영 부대변인은 "현재는 간호법 이름의 형식적인 합의가 이뤄졌을 뿐 실제로 뜯어보면 여·야가 원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며 "구체적인 부분에선 전혀 합의를 보지 못했으니 이를 알리는 것을 큰 그림으로 잡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이 원래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금에 와선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고 이번 간호법에선 어느 정도 해소된 부분이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그러나 양당이 간호법에서 원하는 바가 다르니 이를 중심으로 국민적 이해를 고취하고 대관을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계획으로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공식적인 발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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