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청문회에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나오지 않자 야당은 "순살 의대"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예산 확충을 통해 의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는 합동으로 교육부·보건복지부에 대한 연석 청문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의과대학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그 인원이 2~3명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특히 이들은 의대 정원을 배정하면서 1000장 분량의 자료를 검토해야 했는데 이를 하루 만에 마쳤고 관련 회의 역시 3차례에 그쳤다는 것.
또 이에 대한 회의 요약을 보면 "2023년 의학교육점검반 현장실사 이후 교육 여건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거나 "증원 신청 의대가 기본적인 교육 역량을 다 갖췄다고 보면"이라고 언급하는 등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어림짐작으로 정원을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현장점검 역시 없었다.
이와 관련 고민정 의원은 "이건 거의 관심법 수준이다. 철근을 빼 순살 아파트를 만든 것처럼 순살 의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라며 "어떻게 이런 확인 하나 없이 그런 엄청난 결정들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정위원회가 2~3명인지 15명인지 100명인지 알 수가 없다"며 "현장점검도 없고 책상에 앉아 '옛날 자료가 다 옳다면', '이미 기본적인 역량을 다 갖췄다면'이라고 하는데 이를 확인하라고 배정위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배정된 의대 정원이 지역별 부족 의사 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그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가 14.2명으로 가장 부족한 경북 지역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증원된 의대 정원이 2.9명으로 하위권이었다. 반면 충북 지역은 의사 수가 15.9명으로 보다 많았음에도 의대 정원은 12.9명으로 전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 해소를 의대 증원의 주요 원칙으로 삼았지만, 이를 고려했다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의대 증원이 이뤄진다면 현재 62명인 권역별 평균 대비 지역 의사 수 격차가 10년 뒤 72명으로 늘어 오히려 불균형이 심화한다는 것.
이와 관련 김윤 의원은 "정부 원칙이 합리적이면 의사가 적은 곳에 많은 의대 정원을 배정하고 의사가 많은 곳에는 적게 배정하는 양상이 보여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보는 것처럼 들쭉날쭉하다"며 "의대 정원 배정 최우선 원칙은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 해소가 돼야 하는데 그런 원칙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불균등한 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역별 부족 의사 수를 행정구역뿐만 아니라 생활권역으로 봤으며, 의대 인프라 수준 등 증원 여건을 함께 고려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2026년 의대 증원은 지역별 부족 의사 수를 더 고려하겠느냐는 김윤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2026년 의대 증원분도 이미 확정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6년 의대 정원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의료계가 먼저 합리적인 안을 가지오는 것이 전제라는 설명이다.
또 김윤 의원의 자료와 관련해 의대 증원이 무조건 해당 지역 의사 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며, 의대 증원과 함께 여러 필수의료 대책을 마련해 그 격차를 줄이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4월, 2025학년도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의과대학 30곳 모두 현재 교육 여건으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 평가에서 탈락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을 조명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의대 증원 시 교육 여건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의대 30곳 교수 103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증원 후 건물과 시설·병원·교원 등을 적절히 확보해 의학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4.9%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또 의대 증원에 맞춰 강화되는 의평원 평가가 오는 11~12월 대학들의 주요 변화 평가계획서를 제출받고 서면·방문 평가를 통해 확정된다는 상황을 확인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해진 기한까지 평가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까지 계속해서 사임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는 질의다.
이와 관련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의대 정원 관련해서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획기적으로 제고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예산 당국과 협의해 획기적으로 예산도 늘리고 대규모 투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어떻게든 교육의 질 제고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평원 평가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의대 증원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김예지 의원의 질의엔 확답하지 않았다. 다만 의평원 평가계획서와 관련해선 기존 1월 말보다 기간이 훨씬 짧고, 예산편성 확정 및 투자계획이 완성돼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는 대학교들의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전의교협 인식조사와 관련해 "이런 관점도 있겠지만, 대학별 의학교육을 점검한 결과 각 대학이 현행 시설을 활용해 2151명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렇기에 의료의 교육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충분히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다만 저런 우려가 있으니 의대 교육 예산을 확충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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