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합동 청문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에 외부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는 정황이 조명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묵비권을 행사 중인 만큼 철저한 조사로 이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합동 청문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의 투명성에 대한 야당 위원들의 맹공이 이어졌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서 정원 배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배정위 구성과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 회의록 존재 여부를 두고 교육부의 말이 바뀌었다는 야당 위원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속기록 확인을 위해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배정위 자료를 파쇄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가, 그 결정권자를 묻는 질의에 다시 "회의록 파기가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다. 배정위 회의록은 애초에 없었고, 파쇄했다고 답한 것은 회의에 쓴 '참고자료'였다는 것.
하지만 속기록 확인 이후 교육부는 법원 심문이나 인터뷰 과정에서 정확하게 개념을 정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한 것이며 혼동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회의록과 관련해선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배정위 회의에 이해관계자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충청북도 김영환 지사가 배정위 회의 결과가 공개되기 이전인 지난 3월 15일 "충북대 의대에 200명 정원이 배정될 것"이라는 SNS 글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발표된 의대 증원분 배정 결과 실제 충북대 의대엔 200명 정원이 배정됐으며 이는 모든 의대 중 가장 많은 수다. 또 충청북도 관계자가 배정위 회의에 참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충청북도 김영환 지사는 의대 증원을 공약으로 건 이해관계자인 만큼, 배정위 회의 결과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은 교육부에 충청북도 관계자의 배정위 회의 참석 여부를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교육부는 확인해줄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는 결국 배정위 회의에 이해관계자가 관여했음을 시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는 만큼, 의료계에서 이를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이미 5만 명 동의를 얻은 바 있는데 이를 교육부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또 서울대 의대 방재승 교수와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교육부 이주호 장관과 오석환 차관, 심민철 국장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이 배정위 회의록을 폐기한 것은 공공기록물 폐기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심민철 국장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에 "자신이 배정위 회의록 등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말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론 회의록, 회의자료, 회의내용 녹음파일까지 모두 전산 기록으로 보관돼 있으며 조만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대 정원 배정은 의료계는 물론이고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중요한 만큼 그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를 담보하지 않으니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 결과가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그 과정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이 같은 불신은 의대 증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의료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는 큰 문제다. 향후 국정조사가 이뤄진다면 형식적이 아닌, 철저하고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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