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 기호 추첨이 마무리되면서 선거 일정을 본격화했다. 김택우·주수호 후보의 2강 구도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최안나 후보가 깜작 등장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기호 추첨' 결과에 따라, 기호 1번 김택우, 기호 2번 강희경, 기호 3번 주수호, 기호 4번 이동욱, 기호 5번 최안나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한다.
■대통령 탄핵 시 의정 갈등 새 국면…선거에 영향 미칠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조로 의정 갈등 상황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중 누가 새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될지에 의료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국회에 의해 2시간 30분 만에 해제되면서 현 정권 탄핵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 정책 핸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때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을 조정하면서도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등을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변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시되는 상황이다. 차기 의협 회장상으로 투쟁과 정책적 제안을 기반으로 한 합리성 사이의 균형감이 중요해진 것.
후보 중 쌍두마차로 거론되는 것은 김택우·주수호 후보다. 이 두 후보는 회무·투쟁 역량이 검증됐다는 장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김택우 후보는 지난 25년간 시도의사회 회무를 이어오며 감각이 살아있다는 평가다. 주수호 후보는 제35대 의협 회장을 역임한 경력직이다.
투쟁과 관련해서도 김택우 후보는 간호법, 의대 증원 추진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연달아 맡았다. 주수호 후보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과 올해 초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 모두 회무 역량을 갖춰 의협을 통한 정책적 제안 기반을 마련하기가 수월하고, 강경한 모습으로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능력이 된다는 평가다.
두 후보 모두 이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택우 후보는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원장 시절 압수수색과 면허 정지를 당한 바 있으며, 주수호 후보는 감옥까지 갈 각오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공의·의대생이 김택우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현재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의사와 학생이며, 이들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는 게 의료계 공감대인 만큼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전 의협 회장 선거에 나섰던 서울특별시의사회 박명하 전 회장이 김택우 후보 캠프에 고문으로 참여하면서, 조직력이 약하다는 김 후보의 단점도 어느 정도 상쇄된 상황이다.
반면 주수호 후보는 이전 선거에서 결선 투표에 올랐을 만큼 지지층이 탄탄하고, 당시 선거 캠프가 그대로 유지되는 등 강한 조직력이 장점이다.
특히 의료 정책 관련 풍부한 인사이트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100분 토론에서 보였던 언변 등 현 상황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역량이 있다는 게 지지층의 기대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망 사고 이력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 2강 구도에 다크호스 최안나…전 회장 지지층 표심 예상
후보 등록 마감 4일 전부터 추천서를 모으기 시작한 최안나 후보가 돌연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상황에도 눈길이 쏠린다.
임현택 전 회장의 지지층이었던 전국의사총연합의 표심이 최안나 후보로 향하는 움직임이 관측되면서다. 실제 그는 후보 등록 후 기자회견에서 1000장의 추천서를 3일 만에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현택 전 회장 탄핵으로 그 지지표가 갈 곳은 집행부 일원인 최안나 후보 뿐인 것. 나머지 후보들은 여기 일조하거나 방관했다는 게 임현택 전 회장 지지자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최안나 후보가 임현택 전 회장과 선을 긋는 발언을 하면서 이 같은 지지세가 그대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임현택 전 회장 대회원 1억 원 합의금 요구 논란 등과 선을 그으면서 "임현택 시즌2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 집행부 기획이사 겸 대변인으로 있어 차기 회장 당선 시 회무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위가 상황에서 의협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도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소통 강조한 강희경, 행동력 내세운 이동욱…선거 향방은
강희경 후보는 유일하게 국민과의 소통을 공약에 담을 정도로 의협 대외 인식 개선에 진심인 후보다. 특히 의정 갈등 장기화에 더해 임현택 전 회장 논란으로 의협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환기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내부 의견이 있기도 하다.
또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라는 타이틀로 의협의 정책 제안 역할 측면에 무게감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 의정 갈등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이 같은 장점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
실제 그는 후보 등록 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과 합의한 의료로 나아가는 정책"을 의협이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강 후보는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서울대병원 1주일 휴진 등 투쟁에 동참했었던 만큼, 투쟁과 대화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다.
앞선 선거에서 의대 교수이자 국회의원 출신이었던 박인숙 후보가 15%의 표심을 끌어낸 것을 보면 강희경 후보에게도 적지 않은 표가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의사단체에 속해있는 다른 후보와 달리 조직력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어, 선거 운동 국면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욱 후보는 투쟁을 강조하는 만큼, 의료계 내부 강경파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의사회 회장을 연임하며 확고한 지지층과 조직력을 보유한 것도 장점이다. 실제 그는 의협 회장 선거 후보로 등록하며 2200여 명의 추천을 받았는데, 이는 전체 후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그는 의정 갈등 사태 초기부터 대통령실·시청 앞 의료 농단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는 7일 '제54차 의료계엄 규탄 토요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사회를 통해 사직 전공의에게 경제적·법률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의협 회장 선거와 별개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무 역량도 검증됐다. 이동욱 후보는 경기도의사회 회장을 역임하며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 설립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핫라인 구축 및 상생협의체 가동 ▲법무 문제 실시간 상담 시스템 구축 ▲공공의사 매칭 시스템 마련 ▲수술실 CCTV 강제화 저지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 이 후보는 의협 회장 선거에서도 의료계 민생 현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민초의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광송 위원장은 "지금 의료인은 너무 힘들고 어려운 역경에 당면해 있다. 불행한 사태로 인해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으며 대응에서는 비대위를 구성해 진행한 바 있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인 불안한 체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의협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이번 제43대 회장 선거는 의료계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강하고 현명한 차기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중차대한 선거다. 이 때문에 많은 회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5명의 후보가 의료계 발전을 위한 좋은 공약과 공정한 선거, 그리고 새 비전을 회원들께 많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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