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의 상장은 필수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다. 임상시험에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기에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는 기업 성장과 신약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자 전환의 계기가 된다.
이 가운데 올해도 기업 공개를 통한 상장에 도전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적지 않다. 다만, 투자 심리 위축과 계엄 사태에 따른 국가 신뢰도 하락 속에서 상장 계획을 철회 이를 유보하는 기업들도 존재할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장을 통한 투자 유치가 곧 신약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만큼 기업들의 IPO 추진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신약 트렌드 속 상장 성공
최근 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대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게 법인세 차감 전 손실에 따른 상장 유지요건 완화 기간이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해 상장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인해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보다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분야 민간(VC) 투자는 2021년 최고점 이후 2023년까지 지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올해 민간 투자는 2023년 9월까지 투자금액 기반 예측 결과, 전년과 유사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민간의 투자금액이 가장 많았던 2021년에도 바이오·의료 투자 비중은 이미 전년 대비 하락하는 상황이었으며,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민간 바이오의료 분야투자 금액 비중은 16.3~16.4%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기업을 꼽는다면 온코닉테라퓨틱스다.
지난 2020년 5월 제일약품의 신약 전문 자회사로 별도 설립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독립적인 경영과 자체 신약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정(자스타프라잔)'을 허가 받은 데 이어 올해 10월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또한 기술특례 제도로 지난 5월 세 번에 도전 끝에 상장에 성공한 디앤디파마텍도 주목해 볼만 하다. 디앤디파마텍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및 MASH(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이다.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는 "MASH의 경우 많은 환자들이 당뇨와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단순히 간 섬유화증만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혈당 및 체중조절까지 개선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전의 치료제가 필요하다"며 "현재 DD01 임상2상을 진행 중인데, 임상과 함께 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보다 원활한 허가 논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슬기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DD01이 차별화된 MASH 치료제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임상 1상에서 타사 제품보다 흡수가 느리다는 측면에서 DD01이 이상반응 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임상 2상 투여 4주 시기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는데, 12주 정도에는 추가적인 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임상현장에 활용을 밑바탕 삼아 정밀의료 시장도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기업을 꼽는다면 아이엠비디엑스(IMBDX)다. 대한암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김태유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대표이사로 최근 액체생검 기반 진행성 암에 대한 프로파일링 제품인 '알파리퀴드100' 및 '알파솔리드100'을 기반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특히 아이엠비디엑스는 올해 4월 코스닥에 상장되는 동시에 국내 임상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시장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신약개발 흐름 속 전통 국내사 상장 주목
그렇다면 내년 상장이 기대되는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 일단 기술이전 성과를 가진 오름테라퓨틱이 단연 주목받는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23일 상장 철회 한 달 만에 금융위원회에 IPO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적단백질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에 대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 오름테라퓨틱은 내년 상장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계획된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름테라퓨틱은 앞으로도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사명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대표 플랫폼은 'TPD²(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다. TPD²는 오름이 세계 최초로 TPD를 항체에 결합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다.
특히 오름테라퓨틱은 DAC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 2곳과 기술수출을 달성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에 BMS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인 'ORM-6151(개발코드명)'을 총 계약규모 1억8000만달러로 기술수출 했다. 이 중 업프론트(선급금)는 55.6% 수준인 1억달러에 달하면서 주목받았다.
여기에 오너 중심으로 운영돼 온 국내 전통 제약사들도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마더스제약이 대표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루트인 기술특례가 아닌 실적을 바탕으로 IPO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마더스제약은 지난해부터 당뇨병치료제가 본격적인 매출을 기록한 데 더해 소화기 및 순환기계 품목에서의 매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2018년 매출 431억원을 기록한 뒤 연평균 성장률 25%로 외형 성장을 지속해 2022년 1066억원으로 '첫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2023년에는 매출 1590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49.1%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동국생명과학도 내년 상장을 추진하는 주요 기업으로 손꼽힌다.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3월 동국제약 조영제사업부의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동국제약의 자회사다.
추가적으로 안과와 비뇨의학과 중심 치료제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 성과를 창출 중인 아주약품도 내년도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돼 주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오너 일가 중심으로 운영,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고 있는 제약사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상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 몇몇은 이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3세 경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내년 마더스 제약과 더해 추가적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전통 제약사들이 출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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