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치료 분야에 등장한 방사성 리간드 약물(Radio Ligand Therapy, RLT) 플루빅토(루테튬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 한국노바티스)가 국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플루빅토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이른바 '방사성 미사일'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제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방사성 리간드 약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임상현장에서는 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도권 넘어 지방도 치료 본격화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최초로 플로빅토 치료를 시작했다.
참고로 지난해 상반기 식약처는 플루빅토를 이전에 안드로겐 수용체 신호경로 억제제(ARPI) 치료와 탁산 기반의 화학요법을 받았던 전립선 특이적막항원(PSMA) 양성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해당 허가는 임상3상 VISION가 기반이 됐다. 임상은 PSMA 양성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 831명을 대상으로 플루빅토와 표준치료 단독요법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상 결과, 플루빅토군은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rPFS) 8.7개월을 기록하며 대조군 3.4개월 대비 길었다.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에서도 플루빅토군 15.3개월, 대조군 11.3개월로 나타났다. 플루빅토를 투여했을 때 질환의 진행 또는 사망위험은 60% 감소했다.
식약처가 치료제를 허가한 이후 1년 만에 국립암센터 등 수도권 대형병원에 이어 지방 거점병원에서도 활용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플루빅토를 의료기관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설 및 인력 등 여건 마련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루빅토를 의료기관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립선암 전용 PSMA PET-CT를 보유하고, 조제 및 품질 관리, 환자 투여별도 공간 마련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핵의학과, 종양내과, 비뇨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 과목 의료진의 협진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시설 장비 및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홍제 핵의학과장은 "수도권 외 지역 최초로 플루빅토 치료를 시행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암 치료 분야에서 지역 공공의료기관이 새로운 치료를 도입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게 된 것"이라며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전립선암의 특성상, 먼 거리 이동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치료 순응도와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임상현장에서는 플루빅토 도입 1년이 도래한 시점에서 예상대로 고가인 치료제 가격이 활용에 걸림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플루빅토의 권장 용량은 7.4 GBq(200 mCi)로, 6주(±1주) 간격으로 총 6회까지 정맥 투여하는데, 임상현장에서는 회당 투여하는 데에만 비급여로 3000만원이 소요되면서 총 1억원이 넘는 금액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국노바티스도 치료제 급여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종양내과)는 "가격으로 인해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설명을 듣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다가 결국 골수 기능 저하로 치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생긴다"며 "대부분 후반 단계에서 사용되다 보니 기대했던 VISION 임상 연구만큼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치료제 개발 빨리 지는데…" 행위 보상 필요
이 가운데 플루빅토는 추가 임상연구를 통해 최근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기존보다 더 앞단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적응증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다.
최근 노바티스는 FDA로부터 mCRPC 1차 요법으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은 것.
구체적으로 FDA는 플로빅토에 대해 이전에 ARPI 치료를 받았고 항암화학요법을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PSMA mCRPC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ARPI 치료를 받은 점은 기존 적응증과 동일하나,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기 전에 플루빅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앞단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승인은 PSMAfore 3상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플루빅토는 ARPI 치료 이후 재발한 PSMA 양성 mCRPC 환자에게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9% 낮췄다. rPFS은 플루빅토 투여군에서 11.6개월로, 대조군(ARPI 교차투약군)의 5.6개월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여기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퓨쳐켐도 국산 RLT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퓨쳐켐은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국내 임상 3상 진입을 위해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다. 전립선암 진단제 FC303은 최근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임상결과보고서(CSR) 발행을 앞두고 있으며, 보고서 수령 후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FC705는 임상 2상에서 객관적 반응율(ORR)에서 60%, 질병통제율(DCR)은 93.3%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플루빅토의 임상 3상 결과에서 나타난 ORR 29.8%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플루빅토에 더해 국산 치료제까지 개발에 속도가 붙자 이에 걸맞은 임상현장 체계도 갖춰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플루빅토를 도입한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없었다"며 "핵의학과 약제는 투여 절차도 복잡하고, 회계 절차 역시 매우 까다롭다. 그 결과 의료진과 병원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은 몇 십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의료기관의 시설투자, 의료행위 수가 보상 등이 향후 급여 논의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는 "플루빅토의 투여 시점도 점차 앞단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은 mCRPC 환자 중 도세탁셀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도세탁셀 이전 단계에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사실상 필수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근 교수는 "전립선암 외에도 적응증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고, 마치 ADC 열풍처럼 RLT도 확산될 수 있다"며 "플루빅토가 앞으로는 액티늄(Actinium), 지르코늄(Zirconium) 등 다른 동위원소를 사용하는 제제들도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적응증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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