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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멕타이트 퇴장 이후…소아 급성 설사 원인 치료 시대"

발행날짜: 2026-07-29 05:10:00

[인터뷰] 분당차 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수진 교수
"소아 설사 80% 바이러스성…항분비 기전 약제 적절"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의 소아·청소년 적응증이 전면 삭제되면서 소아 급성 설사 치료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치료제 대신 질환의 원인과 약물의 작용기전을 고려한 '근거 중심 치료'가 더욱 강조되는 흐름이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수진 교수는 이번 변화를 단순히 한 약제가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소아 급성 설사의 병태생리에 맞는 치료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성인과 소아의 설사 원인부터 다르다. 성인은 상한 음식이나 덜 익은 음식 등 식이 요인으로 설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소아는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 특히 영유아일수록 바이러스 감염으로 장에서 수분과 전해질 분비가 증가하는 '분비성 설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 교수는 "돌 정도 되는 아이가 상한 음식을 먹어서 설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아 설사의 약 80%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분비성 설사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며 "이 같은 질환 특성을 고려하면 치료의 방향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스멕타이트는 오랫동안 소아에 사용돼 왔지만 기전 자체가 장내에서 독소와 수분 등을 흡착해 대변을 굳게 만드는 흡착제로 설사의 횟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장에서 과도한 수분과 전해질 분비가 일어나는 분비성 설사의 근본적인 기전을 직접 조절하는 약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아의 설사 발생 원인을 생각하면 이에 맞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 스멕타이트의 소아청소년 적응증 삭제를 계기로 원인에 맞는 치료가 더욱 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장운동 억제 아닌 항분비 치료…상대적 안전성이 강점

소아 급성 설사 시 탈수 예방을 위한 경구수분보충(ORS)이 치료의 기본이라면, 보조 치료의 역할은 과도한 장내 수분 분비를 줄이는 데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라세카도트릴(품목명 하이드라섹)의 역할이 부각된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가 장에서 독소를 분비하면 cyclic AMP 활성이 증가하면서 물과 전해질 분비가 크게 늘어난다"며 "라세카도트릴은 이러한 분비 기전을 조절해 과도한 수분 손실을 줄여주는 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흔히 지사제라고 하면 장운동을 멈추게 하는 약으로 생각하지만 라세카도트릴은 그렇지 않다"며 "장운동을 멈추는 약이 아니라 과도한 장 분비를 조절하는 약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ESPGHAN)와 유럽소아감염학회(ESPID)는 라세카도트릴을 급성 위장관염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항분비 치료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여러 임상연구에서도 설사 지속 기간과 대변량 감소 효과가 보고됐다.

약제 선택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안전성이라는 점 역시 라세카도트릴이 주목받는 이유. 특히 설사약을 먹인 뒤 오히려 변비가 생기는 부작용 우려에서 장운동을 직접 억제하지 않는 라세카도트릴은 기전상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정 교수는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설사약을 먹였더니 다음 날 아이가 변을 전혀 못 본다'는 부분"이라며 "스멕타이트는 흡착제이다 보니 장 기능이 회복된 이후에도 변비가 생기거나, 다른 약물이나 영양소까지 함께 흡착할 수 있어 타약제와 동시에 복용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세카도트릴은 물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이기 때문에 장운동 억제와 관련된 변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부담도 크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말했다.

■ "20여 년 전부터 주목했던 약…이제는 근거 중심으로 선택해야"

정 교수는 라세카도트릴을 처음 접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2001년 전임의 시절 처음 발표했던 저널이 바로 라세카도트릴에 관한 논문이었다"며 "당시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아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약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소아 급성 설사 치료는 경험보다 근거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번 스멕타이트의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한 약을 못 쓰게 된 것이 아니라 소아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를 허가사항과 최신 임상 근거, 작용기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는 ORS를 기본으로 하면서 근거가 확인된 항분비 치료를 적절히 병용하는 것이 소아 급성 설사의 표준적인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 라세카도트릴은 산제와 캡슐 두 가지 제형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최근 캡슐을 개봉해 내용물을 임의로 투여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캡슐은 개봉하지 않고 캡슐 형태 그대로 복용하고, 소아 등 산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허가된 산제 제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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