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 1차 유지요법 시장에서 오랜 기간 표준치료의 자리를 지켜온 면역항암제 기반 요법들이 중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할 전망이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6)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이중특이항체(BiTE) 표적치료제 '임델트라(탈라타맙, 암젠)'와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 아스트라제네카)'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DeLLphi-305(NCT06211036)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연구는 ESMO 2026 현장에 참석한 의료진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낼 만큼 치료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고가 혁신 신약 두 개가 결합된 병용요법이라는 점에서 '재정적 독성'의 벽에 부딪혀 국내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씁쓸한 우려도 함께 제시됐다.
'임델트라-임핀지'가 바꿔놓을 소세포폐암 치료
이번 DeLLphi-305 연구는 백금기반 화학요법(플래티넘-에토포사이드)과 임핀지 유도 요법(4주기) 치료 후 질병 진행이 관찰되지 않은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 5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공개(Open-label) 임상 3상이다.
환자들은 질병 진행이나 허용할 수 없는 독성이 나타날 때까지 치료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임델트라-임핀지 병용 투여군(282명)과 임핀지 단독 투여군(281명)에 1:1로 무작위 배정됐다.

공개된 임상 데이터는 기존 표준옵션을 뒤바꿔놓을 만하다. 중앙 추적 관찰 기간 각각 15.9개월, 16.1개월 시점에서 임델트라 병용요법은 대조군 대비 생존 이득을 증명했다.
우선 전체생존기간(OS) 측면에서 임델트라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1.1개월(95% CI, 20.8~NE)을 기록해, 임핀지 단독 투여군의 12.7개월(95% CI, 11.2~14.8)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58% 낮췄다(HR 0.42; 95% CI 0.32, 0.54; P < 0.001).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역시 병용군이 7.4개월로 단독군(1.9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66% 감소시켰다(HR 0.34; 95% CI 0.28, 0.42; P < 0.001). 아울러 1년 시점에서 질병 조절을 유지한 환자 비율은 38%에 달했으며,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약 50% 발생하나 대부분 Grade 1)이나 신경독성(ICANS, 1.1%) 등은 스텝 업 도징(Step-up dosing)을 통해 외래 및 안전 범위 내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확장기 소세포폐암 1차 유지요법 시장은 로슈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을 축으로 한 병용 및 유지 전략이 표준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대표적으로 젭젤카(루비넥테딘)와 티쎈트릭 병용 등을 평가한 임상 연구들이 주목받았으나, OS 중앙값 개선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이번 DeLLphi-305 연구는 T세포 이중특이항체인 임델트라가 PD-L1 억제제인 임핀지와 결합해 mOS 21.1개월이라는 수치를 기록, 기존 티쎈트릭 중심 유지요법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체급 차이를 증명했다.

이 때문에 암젠 측은 DeLLphi-305 연구를 애초 지난 9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 학술대회(WCLC 2026)에서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긍정적인 연구 계획에 따라 계획을 변경하면서 ESMO 2026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티쎈트릭 기반 요법과 비교해 임델트라 병용요법이 거둔 임상적 성과는 압도적"이라며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허가 절차를 밟게 되면 단숨에 새로운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파트너인 임핀지 역시 DeLLphi-312 등 다양한 후속 병용 임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적응증 확장의 발판을 공고히 한 반면, 경쟁 옵션인 티쎈트릭은 소세포폐암 시장에서의 입지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소세포폐암 치료 체급…임델트라 병용이 바꾼다
이번 연구에 저자로 직접 참여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기존 티쎈트릭 중심의 1차 유지요법과 비교하며 이번 연구가 지닌 학술적·임상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임선민 교수는 "그동안 임파워(IMpower) 레지멘 등을 쓰면서 에토포사이드·카보플라틴 4주기를 끝내고 곧바로 티쎈트릭 단독 유지요법으로 넘어가곤 했으나, 소세포폐암은 결코 4주기 만에 단기 치료로 끝낼 수 있는 암이 아니다"며 "기존 치료 방식은 조기 재발을 겪는 환자들에게 치료적 한계가 컸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큰 손해를 봐왔던 것이 임상현장의 현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반면 이번 DeLLphi-305 연구는 선행 화학요법으로 종양 부피를 효과적으로 줄인 뒤, 면역항암제와 임델트라를 메인터넌스로 투여해 암 항원 반응과 반응 지속성을 극대화한 조합"이라며 "환자를 오래 살리는 것을 최종 치료 목표로 설정한다면 당연히 임델트라가 진입해야 하는, 프랙티스 체인징(Practice Changing)"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임 교수는 향후 임상 현장의 투여 환경 변화와 후속 치료 옵션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임 교수는 "현재는 초기 투여 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등의 부작용 관리를 위해 스텝 업 도징(Step-up dosing) 방식을 세밀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PK 동등성 확보에 따른 SC(피하주사) 제형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임상 현장의 투여 편의성과 환자 순응도는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임델트라 치료 실패 환자를 겨냥한 3세대 후속 병용 연구(3라인 이상)를 비롯해, 1차 치료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DeLLphi-312 등 적응증과 영역을 넓히는 다양한 후속 임상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차원에서 활발히 가동되고 있어 향후 소세포폐암 치료 옵션은 한층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립박수 터졌지만…냉혹한 국내 현실
이번 연구는 ESMO 2026 현장에 참석한 의료진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낼 만큼 치료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이를 접한 국내 의료진은 고가 혁신 신약 두 개가 결합된 병용요법이라는 점에서 '재정적 독성'의 벽에 부딪혀, 당장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씁쓸한 우려를 내비쳤다.

실제로 임델트라는 3차 치료에 이어 2차 치료까지 연이어 국내 허가를 획득했으나, 여전히 급여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암젠코리아 측은 3차 치료 급여 진입에 난항을 겪는 사이 2차 허가가 더해지면서 2차 급여 승인을 목표로 선회했으나, 아직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한 달 비급여 약값이 3000만 원에 달해, 향후 1차 병용요법이 국내 허가를 획득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자는 극히 일부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암젠코리아가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비용을 보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환자가 매달 약 2000만 원을 감당해야 하는 터라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임선민 교수는 "결국 현장에서는 턱없이 비싼 약가와 급여 기준이 문제"라며 "향후 임델트라도 비급여 장벽을 낮추고 선별급여 체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글로벌 임상 데이터와 학술적 가치 측면에서는 '새로운 표준 치료(New Standard of Care)'임이 입증되었으나, 국내 건강보험 체계의 엄격한 틀 속에서는 당장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접근성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DeLLphi-305 연구 결과에 따라 해당 옵션이 활용될 주된 시장은 글로벌 핵심 시장인 미국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같은 동아시아인 중국과 일본이 될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데다 미국 정부의 MFN 정책 추진에 따라 암젠에서 주의 깊게 보는 품목이 임델트라이기 때문에 국내 허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임상현장 활용이 상당히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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