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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필수의료·12대 중과실 기준 윤곽…형사특례 쟁점은?

발행날짜: 2026-11-02 0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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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필수의료 1440건 정리…긴급·전문성으로 선별
중과실 사례 777건 분석 "예견·회피 가능성 고려해야"

대한의학회 고위험 필수의료의 형사특례 적용 범위와 12대 중과실 판단 기준, 국가보상 확대 방안을 공개했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형사특례 적용 기준이 구체화됐다. 형사특례를 배제하는 12대 중대한 과실을 사고의 예견·회피 가능성과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형사특례 대상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약 1440건이 선정 후보로 정리됐다.

30일 대한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따른 연구용역과제 중간결과 발표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형을 감경·면제하거나 공소 제기를 제한하도록 했다. 다만 12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면 형사특례에서 배제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보호 대상과 중과실 판단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의학회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연구용역을 통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따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및 중대한 과실에 관한 연구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도입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번 발표회에선 해당 연구를 토대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선정과 시행령안, 중대한 과실 심의 기준,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 확대 방안 등 4개 발제가 진행됐다.

대한의학회 이용주 의료위원장은 고위험 필수의료 후보 1440건을 정리하고, 긴급성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선정 기준을 제시했다.

고위험 필수의료 1440건 "긴급성·전문성이 선정 기준"

먼저 대한의학회 연구용역 TF 이용주 의료위원장은 형사특례 대상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선정 기준과 목록 작성 결과를 발표했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를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긴급한 개입이 필요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의료행위의 위험도와 전문성을 판단할 기준이 불분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1·2등급에 해당하는 긴급성과 전문진료질병군 A군에 해당하는 전문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두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고위험 필수의료로 선정할 객관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학회에서 제출한 의료행위 1926건을 중복 통합해 약 1440건의 후보 목록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행위는 약 34%, 전문성만 충족하는 행위는 12.6%, 긴급성만 충족하는 행위는 42.5%였다.

반면 두 기준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의료행위는 약 157건으로, 별도의 의학적 근거를 검증해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은 전문성 기준으로 선정할 수 있지만, 자궁경관봉축술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선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의료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로 지정되면 형사특례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동시에 해당 의료사고에 대한 조정 신청 시 의료인의 동의 없이 절차가 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해당되면 분쟁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며 "반대로 목록이 너무 적어지면 실제로 의사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연구진도 이 부분을 고민하며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고위험 필수의료 목록의 시행령·복지부 고시 규정 방안을 제시하고, 엄격한 형사특례 요건을 지적했다.

형사특례 대상 규정 "복지부 고시·시행령 2개안 제시"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선정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실제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학회가 제출한 의료행위를 심폐소생·생명유지시술, 심혈관·뇌혈관 수술, 장기이식, 중환자 진료, 응급의료, 고위험 분만, 중증외상 등 약 18개 주요 영역으로 구분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두 가지 시행령안이 제시됐다. 1안은 세부 의료행위 목록을 복지부 장관 고시로 정하고 2년마다 개정하는 방식이며, 2안은 시행령 별표에 목록을 직접 명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의료기술 발전과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쉽다는 이유에서 1안에 무게를 뒀다. 반면 2안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목록 개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박 부회장은 "고위험 필수의료의 목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시행령 별표에 직접 규정하면 의료현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현실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호 대상을 규정하더라도 현행 형사특례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위험 필수의료로 인정받더라도 12대 중과실이 없어야 하고 설명의무 이행과 책임보험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공소 제기 제한을 적용받으려면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요건까지 갖춰야 한다.

박 부회장은 이처럼 복잡한 조건과 조정 자동개시 부담이 더해지면서 개정법이 의료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소 제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해당하면서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하고 설명의무 이행과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까지 충족해야 한다"며 "이렇게 복잡한 구조와 의무가 가중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개정법이 고위험 필수의료를 보호하는 것인지,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것인지 의문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대한의학회 김지홍 정책이사는 임상 사례 777건을 분석하고, 예견·회피 가능성과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중과실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12대 중과실 기준 "예견·회피 가능성 중심으로 판단"

세 번째 발제에선 형사특례 적용 여부를 가르는 12대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이 공개됐다. 연구책임자인 대한의학회 김지홍 이사는 법률상 중과실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의료행위라도 실제 임상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시행된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이 중과실을 12개 유형으로 규정했지만, 응급상황이나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에 따라 같은 행위라도 불가피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연구진은 26개 학회에서 중과실 해당·비해당 임상 사례 777건을 수집했다. 이 가운데 중과실 해당 사례는 123건, 응급성·의학적 불가피성 등을 이유로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시된 사례는 654건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구분하기 위한 공통 판단 기준으로 ▲사고 위험의 예견 가능성 ▲합리적인 조치를 통한 회피 가능성 ▲기본적인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제시했다.

사고 당시 의료진이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기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중과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불가피하게 진료 절차를 변경했거나 의료기관의 인력·시설 부족 등 구조적 제약이 있었다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12대 중과실 유형별 해당·비해당 사례집과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법률상 중과실 유형 자체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중과실 해당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다만 중대한 신체 손상의 구체적인 범위가 불분명하고 모든 임상적 예외 상황을 사례집에 담을 수 없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과실 유형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기보다 개별 상황을 전문가가 판단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이사는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주의의무 위반과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이라며 "진료지침 역시 이상적인 최고 수준의 진료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가장 기초적인 진료 수준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의료위원장은 국가보상 후보 의료행위 114건을 제시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위험 분담을 강조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114개 행위 제안 "국가가 위험 분담해야"

마지막으로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 확대 연구에서는 보상 후보 의료행위 114개와 구체적인 심의 기준이 제시됐다. 발표를 맡은 이순민 의료위원장은 기존 분만 관련 사고에 한정됐던 국가보상을 고위험 필수의료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 사고의 불가항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의료진이 표준적인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예견했더라도 합리적인 조치로 회피할 수 없었던 경우를 보상 대상으로 검토하도록 제안했다. 이때 사고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와 진료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9개 주요 학회에서 86개, 유관학회에서 28개 등 총 114개 의료행위가 국가보상 후보로 제출됐다. 에크모(ECMO), 심폐소생술, 기관내삽관, 관상동맥중재술, 고난도 응급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보상 수준은 기존 분만 사고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사망 시 최대 1억 원, 중증장애는 1억5000만~3억 원을 제안했다. 다만 실제 적용 범위는 재정 여건과 정책적 판단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보상 확대의 목표는 과실 책임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가피한 위험을 사회가 함께 부담하고, 환자에게는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의료진이 고위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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