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요양병원에 약사 고용을 의무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사, 간호사 인력 기준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설 기준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하자 요양병원계가 강하게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병원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요양병원 인력·시설 기준을 강화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확정하고, 조만간 입법예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40명마다 1명의 의사를 둬야 한다.
복지부는 이를 개정, 연평균 1일 입원환자 40명마다 1명을 기준으로 하되, 외래환자 3명은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의사 역시 의사와 마찬가지 인력 기준이 적용된다.
간호사 역시 연평균 1일 입원환자 6명마다 1명(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정원의 2/3의 범위에서 둘 수 있다)을 두고, 외래환자 12명은 입원환자 1명으로 환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급성기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의료인 배치 기준에 외래환자 수를 환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시설 기준도 개정해 임상병리실과 방사선장치, 물리치료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2층 이상의 건물이면 환자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승강기나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했다.
요양병원의 복도, 화장실, 병실, 승강기 등 환자가 통상 이용하는 시설도 휠체어 등이 이동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요양병원 병실, 화장실, 욕실 입구는 바닥의 턱이 없어야 하며, 병상과 변기, 욕조 주변에 응급호출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요양병원 욕실에 침대차가 들어가고, 보조인력에 의한 목욕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적정한 온도의 온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적정 온도가 유지될 수 있는 욕실을 1개 이상 구비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자 요양병원계는 복지부 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김덕진 회장은 “요양병원 의사와 간호사 인력기준을 급성기병원 수준으로 강화하려면 수가도 급성기병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요양병원의 인력과 시설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수가를 급성기병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기준만 강화하려는 것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어 김 회장은 “복지부 안대로 시설을 개선하려면 요양병원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인숙 수가를 주고, 특급호텔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고, 현실적인 보상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특히 김 회장은 “요양병원의 인력과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복지부는 병원계와 사전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강행 처리하려고 해 매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복지부는 요양병원 의사, 간호사 인력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의료기관에 약사를 1인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요양병원 환자 수 대비 의사, 간호인력 비율을 강화한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수가제를 확정하고, 내년 2/4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를 추가 확보해야 하지만 구인난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복지부가 요양병원 의사, 간호사, 약사 인력 기준을 강화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몸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고 지방병원을 중심으로 인력대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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