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한의사에게 진단보조 목적으로 초음파 사용을 허용한 판결을 두고 후폭풍이 상당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이번 판결이 향후 의료계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짚어봤다.
■ 복지부, 한의사 초음파 허용 기정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대법원 판례는 의료현장에서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26일 전화통화에서 "대법원 즉, 사법부가 한의사의 초음파 검사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만큼 정해진 절차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복지부는 대법원 판결에 맞춰 유권해석 등을 준비하겠다는 얘기다.
가령, 이번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한의사들이 초음파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 혹은 비급여를 요청하면 신의료기술평가 허용 등 단계별로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유권해석을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관련 직역단체 등에서 유권해석 요청이 있을 경우 사법부 판결을 반영해야한다.
또한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으로 입법을 통한 방어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만만찮다.
대법원 판례를 받아 든 한의계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는 상황. 의료계에 유리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합의할 가능성은 낮고, 만약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의료계는 국회를 통해 현재 모호한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법 개정을 추진하려 들겠지만 직역간 첨예한 찬반 갈등으로 번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례가 의료현장에 녹아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대법원이 보도자료에서도 명시했듯이 한의사의 초음파 행위에 대한 급여청구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시간은 있다.
실제로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급여청구가 현실화 되려면 신의료기술 승인 절차 또는 심평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 대법원 판례 시작 연쇄작용 가능성도 배제 못해
문제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허용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도 진단장비 허용을 요구할 빌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간호협회는 대법원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의사 이외 간호사, 조산사, 치과의사 등 다른 의료인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진단 의료기기)판단기준 제시 필요성을 요구했다.
즉, 간호사도 의료인에 해당하니 초음파 등 진단기기 허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려 달라는 애기다.
수년 째 일선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들은 초음파 검사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한 상황. 간호계 또한 이번 판례를 근거로 간호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 직역간 갈등 사법부가 결정 안 좋은 '선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주목해야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직역간 쟁점을 사법부의 손에 의해 결론 내렸다는 점이다.
한의사의 초음파 행위에 대한 직역간 찬반이 첨예한 가운데 복지부는 대법원에 등 떠밀려 모호한 규정을 정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시 말하면 향후 직역간 첨예한 쟁점은 소송을 통해 사법부의 칼자루에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및 의료계 일각에선 보건의료 전문 직역간 대화를 통해 최선을 대안을 도출하기 보다는 소송전을 통해 사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허용 건은 입법적으로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해 결국 가장 보수적인 사법부의 손에 떠밀려 추진하는 꼴이 된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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