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피부에 주입하는 인체유래 세포외기질(ECM) 조직이식재가 미용의료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수준의 안전성 검증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첨단 바이오 기술 발전 속도를 현행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안전과 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 규제 공백을 논하다-안전성 검증 필요성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의료계와 법조계, 소비자단체, 언론, 규제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해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의 임상 안전성과 법적 쟁점,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피부에 주입되는 ECM 조직이식재가 인체조직으로 분류돼 유통되면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같은 임상시험, 품목허가, 이상사례 관리 등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대부분의 ECM 조직이식재는 해외 기증자의 피부 진피조직을 냉동건조·분쇄한 뒤 생리식염수와 혼합해 피부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치료 목적의 조직이식과 달리 미용 목적 피부 주입에 대해서는 충분한 임상적 안전성 검증과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료현장에서 스킨부스터로 사용되는 상당수 피부 주입형 제품은 임상시험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거쳐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지만, ECM 조직이식재는 인체조직으로 유통되면서 동일한 수준의 검증을 받지 않는다"며 "같은 피부 주입형 제품임에도 적용되는 규제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유럽은 미용 목적의 사체 유래 조직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관련 제품을 의료기기로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임상 근거와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인체조직안전법의 입법 취지와 실제 사용 방식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인체조직안전법은 질환 치료와 기능 회복을 위한 조직이식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사체 유래 조직을 분쇄해 미용 목적으로 피부에 주입하는 현재의 사용 방식이 법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쇄와 희석 과정을 거친 ECM 조직이식재는 원래 조직의 구조와 기능이 유지된 인체조직으로 보기 어렵고, 실제 사용 목적과 투여 방식에 따라 약사법상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법상 허가 대상 의료기기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용 목적 사용 제한, 주사형 가공제품의 허가체계 편입, 환자 대상 설명의무 강화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안전성 검증 강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잇따랐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종희 교수는 "인체유래 무세포 동종진피(hADM)는 재건수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사용됐지만, 축적된 안전성 자료를 주사형 제제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현재까지 중대한 이상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연구 규모와 추적관찰 기간이 제한적이고 반복 투여 환경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도 "동물유래나 합성 콜라겐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엄격한 검증을 받는 반면 인체유래 콜라겐은 상대적으로 임상적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며 "임상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기에 준하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 약학과 이지윤 교수는 제조 과정에서 남을 수 있는 잔류 DNA와 SDS, EDC 등 화학물질이 면역자극성과 세포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연형 과민반응이나 육아종성 결절 등 부작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반복 투여 시 체내 분포와 잔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기간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성이 이미 확인됐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이원재 교수는 "주입형 ECM 인체조직 이식재는 기존 ECM 기반 조직재건 기술과 동일한 개념으로 화상과 외상, 암 재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사용되며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축적됐다"며 "윤리적 공여와 적절한 제조공정을 거친 제품은 생체적합성이 우수하고 중대한 독성도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신기술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안전성 검증과 정보 공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GCN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는 "이번 논의는 특정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첨단 바이오 기술을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며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될 때 국민 신뢰 속에서 혁신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 패널로 참석한 약사공론 임태균 기자는 "규제의 초점은 조직의 출처가 아니라 피부에 주입되는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제조·가공 과정, 이상사례 관리체계 등 객관적인 검증에 맞춰져야 한다"며 "조직의 유래를 강조하는 방식의 규제는 오히려 특정 제품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양성일 교수는 "ECM 조직이식재는 국내 바이오 미용의료 기술의 혁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화학물질 잔류 안전기준과 조직이식재·의료기기 간 법적 분류체계가 미비한 영역"이라며 "국민 건강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규제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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