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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도 쌍벌제·약가인하 직격탄…"고사 직전"

발행날짜: 2012-05-24 06:10:11

후원금 규정 강화되면서 지원 급감…"사비 털어 운영비 충당"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우회 대표
"쌍벌제와 약가 인하로 학회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설마 우리보다 더 할까요?"

공정경쟁규약, 쌍벌제 등 매섭게 몰아치는 정부 규제 한파에 학회뿐만 아니라 환우회 역시 괜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제약사가 팍팍해진 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환우회에 지원하던 후원금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사례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쌍벌제 불똥 "공식 후원 다 끊겼다"

일반회원을 포함해 2천명 규모의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이용우 대표는 "10년간 환우회를 운영해 왔지만 올해만큼 자금 문제로 힘든 때는 없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공식적인 후원 규정이 까다로워져 환우회 세미나와 행사를 위한 지원금이 사실상 끊겼다는 것.

현재 회원 회비로 들어오는 한달 90만원 남짓한 돈으로 활동비, 서버 운영비 등 경비를 충당하고, 해외 세미나는 사비를 털어 항공권을 구입해 가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2010년 환우회 행사 때 받은 제약사 후원이 마지막이었다"면서 "지난해 쌍벌제가 적용된 이후에는 제약사에 부탁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후원이 어려워진 이유를 묻자 규정이 까다롭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올해 시행된 약가 일괄 인하도 후원금 가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자 제작 등 세미나 소요비용으로 200만~300만원씩 지원되던 금액이 아예 끊기면서부터 학술 행사와 같은 정보 교류의 장도 사라지고 있다.

이 대표는 "세미나가 줄어들면 환우들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해외 환우회와 교류하며 최신 지견들을 모아 관련 교수들에게 제공해 왔지만 이젠 그런 활동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내고 있는 회비로는 인건비도 빠듯해 집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해외처럼 후원 재단 활성화나 사회적인 기부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환우회도 사정 비슷…응급 상황에도 발만 동동"

규모가 큰 환우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무실을 운영하며 두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다발성경화증환우회도 후원금이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다발성경화증 유지현 회장은 "쌍벌제와 약가 일괄 인하로 지원금이 줄어들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경제적 여건이 안좋은 환우가 응급 상황에 처해도 치료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그간 다발성경화증환우회는 운영비 중 절반 가량을 제약사 후원으로 충당해 왔지만 쌍벌제 적용 후 불과 6개월만에 후원금 규모가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유 회장은 "약가 일괄 인하 후 제약사로부터 구조조정과 후원 규정 강화 등으로 비상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제약사는 '도와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의 제약사 옥죄기 정책에 따른 불똥이 환우회에게도 튄 셈"이라면서 "환자 단체가 자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안 된다면 제약사 후원의 숨통만이라도 틔워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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